재학생들 “사과 진정성 느낄 수 없어...표로 심판할 것”
  •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 ⓒ뉴데일리
    ▲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 ⓒ뉴데일리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자신의 대학원 석사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 가천대학교를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이라고 언급해 비하 논란이 일자 황급히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가천대 학생들은 ‘미흡한 사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시장은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받은 학위를 반납했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학교 측은 학칙에 따라 논문 자체가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려, 논문 표절 논란이 재점화 될 가능성도 있다.


    ‘미흡한 사과’ ‘대학 서열화’ 비난 봇물 

    가천대학교 비하 발언 논란은 지난달 4일 이재명 시장이 부산 강연에서 직접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재명 시장은 당시 "제가 어디 이름도 모르는 대학의 석사 학위가 필요 하겠습니까" 라고 발언해 논란을 초래했다.

    "저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했고 사법시험을 합격한 변호사인데, 제가 무슨 어디 저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 석사학위가 필요하겠습니까. 필요 없잖아요" 

    "내가 공부를 하려고 야간 특수대학원에 갔는데 거기 뭘 연구했냐면 부정부패 극복 연구방안이란 걸 했어요. (중략) 그걸 제가 2년 6개월 연구를 하고 야간 특수대학원은 객관식 시험을 보면 다 학위를 줍니다. 저는 공부를 하러 간 거니까. 굳이 논문을 썼어요. 그 제목이 지방정부 부정부패 극복 방안 연구에요. 논문 쓸 때 책은 다 인용을 해놨는데 따옴표를 못 친 게 있어. 인용 표시. 그거 인용 안했다고 나보고 표절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필요 없으니까 반납. 제 모든 경력에서 지워버렸어요. 싹 반납했어. 아무기록도 없는데 표절했다…." -이재명 시장 부산 강연 발언.  


    이 시장의 발언이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본 가천대 학생들이 페이스북 커뮤니티 '가천대 대나무숲'를 통해 사과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 

    이 시장의 발언과 관련한 학생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며, 재학생을 넘어 졸업생 등 동문 사이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재학생들은 ‘대학 서열화를 조장했다’, ‘관할 지역 학교를 모를 수 없다. 표로 심판하겠다’ 등 이 시장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한 재학생은 페이스북에 “좋은 학교는 이름 있는 학교로, 나쁜 학교는 이름도 모르는 학교로 규정지으면서 서울 소재 대학과 비 서울 소재 대학 편 가르기를 했다. 명백한 가천대 비하 발언이다. 2만 명의 학우와 졸업하신 선배님들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발언"이라며, 이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 가천대학교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가천대학생들은 "사과가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천대학교 '대나무숲' 캡쳐
    ▲ 가천대학교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가천대학생들은 "사과가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천대학교 '대나무숲' 캡쳐


    다른 학생들은 이 시장이 자신이 관할 지역 학교를 이름도 모르면서 대선주자라고 할 수 있느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결국 이재명 시장은 지난 11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가천대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에게 사과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방 강연 중에 제가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의 석사학위가 필요해서 한 공부도 아니어서 논란이 되자 곧바로 학위를 반납했다'고 했는데, 누군가 '이재명이 OO대를 이름도 없는 대학이라고 폄하했다'고 과장해 지적했다"고 했다. 

    이어 "이유를 막론하고 제가 발언에 신중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며 저의 이야기로 상처받았을 OO대 재학생과 졸업생 여러분, 그리고 교직원 여러분들께 미안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가천대 측은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의 발언은 부적절한 발언이었으나, 공식 사과를 표명한 것으로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지만, 학생들은 이 시장의 사과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천대 재학생 A씨는 "직접 학교 이름을 거론해 사과한 것도 아니고 , OO대라고 표현해서 올렸는데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라고 본다. 지역 학교 하나 못 챙기면서 무슨 대선주자라고 할 수 있나. 대선이든 시장선거든 절대 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학교와 학생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그에 대한 사과도 미흡하고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재학생은, 이 시장이 가천대 학생들과 만난 것도 여러번 있었던 것으로 아는 데 이름도 모르는 대학이라고 표현한 것이 폄하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실제로 이 시장은, 가천대 한의학과 학생들과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학생은 "사과문 댓글을 보니 학생들이 아닌 이 시장 지지자들이 당사자인 학생을 대신해서 이사장을 용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과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 석사 학위 ‘유효’…논문 표절 불씨는 그대로

  • 가천대학교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석사 학위 논문 표절과 관련해 발표한 공식 입장문. ⓒ가천대학교
    ▲ 가천대학교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석사 학위 논문 표절과 관련해 발표한 공식 입장문. ⓒ가천대학교


    학교 측이 이재명 시장의 학위 논문이 유효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림에 따라, 표절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가천대 측이 이재명 시장과의 관계를 의식해, 학칙을 근거로 심사자체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가천대는 2013년부터 제기된 이 시장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학칙에 정한 5년 시효가 지나 부정 여부를 심사할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12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가천대 측에 따르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는 지난 8월 23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 시장의 논문은 표절 의혹 제보 시점을 기준으로 8년이 경과해 '연구윤리 및 진실성 확보를 위한 규정' 제10조 4항에 따라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학칙에 따르면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더라도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가천대는 학칙 상의 이유를 들어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결과적으로 이재명 시장의 학위가 유효하다고 밝힌 셈이다. 

    앞서 이 시장은 2005년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제출해 경원대학교(現 가천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2013년 성남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이 표절의혹을 제기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의혹이 계속되자 이 시장은 2014년 1월 3일 "표절은 아니나 불필요한 정치적 동기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다"며, '학위 자진 반납' 의사를 가천대에 통보했다. 

    이에 가천대 연구윤리위는 그해 2월 24일 "본조사를 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행정대학원에 학위 취소를 통보했지만, 행정대학원은 같은 해 5월 27일 "원생의 희망에 의해 학위를 취소하기 위한, 학칙상 근거가 불분명하다. 본조사(학위 취소를 위한 확고한 표절 판정) 결과를 달라"며 반송했다. 

    이 학교 행정대학원 측은 ‘통상적인 특수대학원 논문에 비추어 볼 때, 이재명 시장의 논문은 손색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가천대는 2년여가 지난 올해 8월에서야 "학칙상 심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으로 논란을 키웠다.

    이재명 시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미디어워치는, 학교 측이 사실상 "검증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학교 측의 태도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