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언론들,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 승리할까 전전긍긍
  • 취재진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前녹색당 당수. 이번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英로이터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 취재진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前녹색당 당수. 이번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英로이터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무소속 중도좌파 후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前녹색당 대표가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英로이터, 프랑스 AFP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오스트리아 대선, 끝내 극우 후보 거부”라는 제목 아래 “지난 5월 치렀던 대선에서 문제가 생긴 뒤 유럽 대륙의 정치 판세에서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중도 좌파가 승리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오스트리아 ORF 방송을 인용, 대선 출구조사 결과 판데어벨렌 후보가 53.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반면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는 46.4%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퍼 후보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대선패배를 인정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데어벨렌 후보의 성공을 축하한다”면서 “모든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단결하고 협력할 것을 호소한다”는 소감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英로이터 통신, 美CNN 등 외신들은 오스트리아의 이번 대선에서 판데어벨렌 후보가 승리한 것을 두고 ‘EU 탈퇴’를 주장, EU 회원국들을 불안하게 했던 상황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은 거의 상징적인 지위일 뿐이다. 하지만 우파 성향의 국가원수가 들어서는 것이 2017년에 치러질 유럽 각국의 선거들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EU 회원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했다.

    이번 대선이 오스트리아에서는 올 들어 두 번째 대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치른 대선 당시 부재자 투표함의 개표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돼 자유당의 요청에 따라 다시 치른 선거였다.

    당시 대선에서 판데어벨렌 후보는 50.3%를 득표했는데, 70만 표에 달하는 부재자 투표 개표를 통해 49.7%를 득표한 호퍼 후보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표 차이는 3만 1,000여 표에 불과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유럽 주요 언론들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와 자유당을 가리켜 ‘극우 정당’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호퍼 후보를 내세운 자유당은 1956년 처음 창당할 때부터 ‘범게르만주의’를 주장하며, 나치(국가사회주의) 부역자들과 연대를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자유당은 무슬림을 비롯한 이민자 유입 반대, 외국인에 대한 복지혜택 반대 등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주로 생산직 근로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자유당에 대해 좌파 진영의 입김이 거센 EU는 극도의 경계감을 보였다. 실제 2000년 자유당이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자 EU는 오스트리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이 제재는 당시 하이더 당수가 자리를 내놓으면서 풀렸다고 한다.

    때문에 좌파 성향이 강한 미국과 EU 언론들은 오스트리아 대선에 유례없는 관심을 보이며, “노르베트르 호퍼 후보가 당선될 경우 유럽의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등의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이번 오스트리아 대선의 최종 개표결과는 5일(현지시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