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실망'이라면 표창원은 '혐오'… 리스트 올라가면 '부역' 소리 들을 것"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찬성하는 입장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사진 가운데)조차 1일 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오만함에 일침을 가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황영철 의원이 국회에서 민주당 우원식·민병두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찬성하는 입장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사진 가운데)조차 1일 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오만함에 일침을 가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황영철 의원이 국회에서 민주당 우원식·민병두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던 새누리당 비박계도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1일 의원회관에서의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표창원 의원이 하는 게 대체 뭐냐"며 "정말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 "(탄핵을) 주저하거나 반대·불참(하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며 "명단 공개를 각오하라"고 압박했다.

    표창원 의원은 "보좌진이나 지지자는 의원 입장을 확인한 뒤 알려주면 수정해드리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표창원 리스트'에 '탄핵 찬성'으로 분류된 새누리당 의원은 하태경 의원 밖에 없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찬성 투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표창원 의원이 "국회의원 300명 분류를 곧 공개할테니 속히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음에도 '표창원 리스트' 관련 미동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전 본지 취재진과 만나 "탄핵안이 상정되면 찬성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던 새누리당 비박계 3선 의원은 1일 통화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표창원이는 더 싫어한다"며 "박근혜에 대한 감정이 '실망'이라면 표창원이에 대한 생각은 '혐오'인데, 어떻게 표창원이한테 연락해서 그걸 (탄핵 찬성으로) 바꿔달라고 하느냐"고 대꾸했다.

    다른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도 "표창원 의원이 하는 그거(리스트)에 올라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지지자들이 다들 부역(附逆)했다 생각할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실망해서 (탄핵)하자는 거지, 문재인·표창원이 좋아서 하자는 게 아닌데 뭐하는 XXX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표창원 의원이 SNS에서 벌이는 행동에 열광해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 중에, 설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해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에게 표를 던질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정무적 경거망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불가능하게끔 하고 이를 부결로 몰고가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민주당 표창원 의원(사진 오른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무적 경거망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불가능하게끔 하고 이를 부결로 몰고가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민주당 표창원 의원(사진 오른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표창원 의원 페이스북에서 댓글 다는) 그 사람들 어차피 총선 때는 다 민주당 찍을 사람들"이라며 "표창원 의원의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가 오히려 우리 (비박계)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인데, 저 사람들은 저렇게도 우리를 모르나 싶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표창원 의원의 이러한 행동이 보수층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새누리당 비박계의 부담감을 가중시켰기에, 이날 비박계를 대표해 입장을 발표하는 황영철 의원이 한마디 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황영철 의원은 "한 국회의원이 전체 국회의원을 상대로 제멋대로 분류하고 공표하고… 표창원 의원이 뭐냐"라며 "표창원 의원은 오만한 태도를 내려놓고 겸손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서 이 시국에 무엇을 하는 것이 정도인지 명확히 인식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오만함'에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보수적 유권자 사이에서 일부 '역풍'이 불면서 탄핵소추안 의결은 확신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결국 국민의당은 탄핵소추안의 2일 표결 포기를 선언했고 곧이어 새누리당도 여야 합의에 의한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의결했는데, 이러한 뜻밖의 사태 전개에는 표창원 의원이 기여한 바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무적 판단 능력이 다소 부족한 이들 민주당 친노·친문 초선 의원들의 '자살골'은 표창원 의원의 행동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지난달 22일 무기명투표로 하게 돼 있는 탄핵소추안 표결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로 기명투표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어떤 국회의원들이 민의를 대변하고 의원들이 어떤 투표를 했는지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이 또한 탄핵소추안을 부결로 몰고가는 그릇된 정무 판단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이 같은 당 내부에서조차 나왔다. 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기명투표가 더 많이 찬성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점잖게 꾸짖었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은 정무적으로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추진돼야 하는데, 어리석은 민주당 친노·친문 초선 의원들이 일을 망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지 못하게 되거나, 본회의에서 부결된다면 표창원 의원 같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