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원칙' 내건 비박계 "28일 오전에 합의 안되면 만남은 끝장"
  • ▲ 새누리당 6인중진협의체의 파국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첫 회동을 갖고 있는 6인중진협의체 김재경·원유철·홍문종·주호영·정우택·나경원 의원.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6인중진협의체의 파국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첫 회동을 갖고 있는 6인중진협의체 김재경·원유철·홍문종·주호영·정우택·나경원 의원. ⓒ뉴시스 사진DB

    파국을 막기 위한 최후의 시도인 새누리당 6인중진협의체가 결렬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소추 발의에 대거 참여하면서, 집권여당은 쪼개지는 수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이상 비박계)과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이상 친박계)은 지난 20일에 이어 23일에도 회동을 갖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논의했다.

    6인중진협의체는 친박~비박 간의 계파 갈등으로 인한 분당(分黨)을 막기 위해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낀박' 정진석 원내대표가 양 계파의 수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에게 호소해 마련됐다. 지난 17일 오찬 회동을 함께 한 김무성·정진석·최경환 3자는 비대위 전환을 전제로 6인중진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두 차례 회동을 가진 6인중진협의체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3일 밤 회동을 마치고 나온 원유철 의원은 "크게 결론난 게 없다. 쉽지 않다"면서도 "새누리당의 혁신과 통합을 이뤄낼 리더십을 가진 분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분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오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중진의원들이 합의해서 이정현 대표와 최고위에 합의사항을 전달하면 (비대위 전환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설명에 따르면 두 차례의 회동에서 비록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비상대책위원장 추대를 둘러싸고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비박계도 '이정현 지도부'의 즉각 퇴진 등 시기에 연연하는 종래의 주장보다는 비대위원장 선정으로 논의의 주제를 전환했고, 비대위원장을 누구로 하느냐만 합의되면, 최고위에 올려 의결을 얻으면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비박계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6인협의체에 참석한 주호영 의원은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첫날(20일) 만날 때부터 '여기서 결정하면 따른다'는 담보를 먼저 하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는데, (친박계가) 어제(23일)도 (보장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여기서 결론내더라도 최고위에서 논의해보는 것에 불과하다면, 논의해봐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태에 책임이 있는 친박은 비대위원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구했는데, (친박계에서)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사람을 이야기하더라"며 "김형오 의장이나 인명진 위원장을 이야기하던데, 우리가 (원칙을) 합의하지도 않았고 그분들이 (선임을) 동의할지 안할지도 모르는데 언론에 흘리는 게 예의에 맞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르면 비박계 중진의원들은 △6인협의체에서 결정된 사항은 그대로 따른다 △비대위원장 선임에 친박계는 관여하지 않는다 △선임될 비대위원장에게는 전권을 부여한다는 3대 원칙에 먼저 합의할 것을 요구했는데, 친박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으면서도 구체적인 비대위원장 선임 등 다음 단계로만 넘어가려 했다는 셈이 된다.

  • ▲ 20일과 23일 두 차례 6인중진협의체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28일 오전 회동에서도 친박계가 3대 원칙에 동의하는 등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 만남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올해 4·13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 직접 선택을 받아 생환한 뒤 지난 7월 6일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복당 인사를 하고 있는 주호영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0일과 23일 두 차례 6인중진협의체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28일 오전 회동에서도 친박계가 3대 원칙에 동의하는 등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 만남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올해 4·13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 직접 선택을 받아 생환한 뒤 지난 7월 6일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복당 인사를 하고 있는 주호영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6인협의체에서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처리를 끝낸 뒤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후임 인선에 관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비대위원장은 어쩔 수 없이 비박계의 뜻을 존중해 선임하더라도, 대신 원내사령탑 격인 원내대표를 가져오려 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친박계가 이미 4선 중진의 모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내정했다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이날 협의 도중 "책임이 있는 친박은 좀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친박 원내대표를 만들려고 하지 말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6인협의체가 친박계와 비박계 쌍방에서 합리적 중도 성향의 중진의원들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간에 합이 안 맞는 이유는 현 상황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박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초래된 현재 새누리당의 위기는 '친박 핵심'들에게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흡사 최순실 씨가 국정을 농단한 마냥 '친박 핵심'들은 당무를 농단했고 그 결과 '공천 참사'를 일으켜 4·13 총선 참패를 야기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작 친박계들은 이러한 책임의식이 전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일종의 천재지변이나 외침(外侵)처럼 여기고 있다. 따라서 누구를 배제할 게 아니라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내야 하는데, 비박계가 '친박계 흔들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렇듯 상황인식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다보니, 28일 오전으로 예고된 회동에서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결렬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원유철 의원은 "25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주신 말씀도 담아서 월요일 아침에 비대위원장을 매듭짓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순산이 돼 우량아를 낳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박계는 친박계가 기본적인 원칙에도 합의해주지 못하면서 6인협의체를 지속하는 의도에 대해 이미 의심을 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주호영 의원은 "(합의가) 될 가능성이 없는데도 (6인협의체를) 유지하는 것은 이정현 대표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뭔가가 풀릴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의원들에게 줄 수 있다"며 "월요일(28일) 오전에 최종적으로 만나고, 그날 결론이 안 나면 만남을 끝내자고 했다"고 밝혔다.

    친박계가 상황인식을 전환하지 않는 이상, 오는 28일 회동을 마지막으로 파국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였던 6인협의체도 결렬로 끝날 공산이 높다. 6인협의체가 결렬되면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는 소통의 채널이 없어지면서 양 계파가 각자 제 갈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달초 탄핵안이 발의되면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대거 동참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의 내홍은 일말의 수습 가능성마저 사라지게 된다"며 "탄핵에 가담한 비박계와 당권을 잡고 버티는 친박계가 서로 격렬한 비방을 주고받는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분당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