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실망, 보수세력의 위기로 번지는 현실 담아…"지역 주민 뵐 용기 안 나"
  • ▲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그는 19대 국회의원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뉴시스 DB
    ▲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그는 19대 국회의원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뉴시스 DB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23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긴 이 의원은 "검찰 중간 수사 발표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향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결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중간발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지난번 사과 담화 때 국민께 약속한 대로, 말씀하셔야 국민이 향후 수사과정에서 하시는 대통령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검찰 중간 수사 발표에서 잘못된 점이 있다면 성실히 조사를 받으며 입증하시는 것이 국민 관점에서 순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소도 일반인처럼 검찰청에 가서 받겠다고 해야한다"면서 "아무리 마음에 내키지 않으시더라도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는 것이 이번 사태로 마음을 크게 상한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성난 민심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다가올 특검 수사를 생각해서라도 현재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변호인은 검찰 수사 결과가 너무 편파적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특검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했으나, 특검의 수사도 편파적이라 생각되시면 그땐 어떻게 하시겠느냐"면서 "그때 가서 또다시 특검이 중립적이지 않으니 특검 조사도 받지 않겠다고 하실 수는 없는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특검이 본격적으로 활동하자면 앞으로 20여 일은 걸린다고 한다"면서 "그때까지 검찰 조사를 미루지 마시고 국민과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청한다"고 했다.

  • ▲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23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는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를 요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학재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23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는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를 요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학재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 의원의 글 곳곳에서는 박 대통령과 함께한 추억들이 보수세력 전체의 위기로 번지고 있는 현실을 담아냈다. 그는 "대선 전에는 정말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일했다. 애국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뛰었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가 생각나 주민들을 뵐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원칙과 신뢰의 정치, ▲비리 문제없는 정치 ▲국민 행복시대를 여는 정치를 외쳐왔는데, 이 부분에서 신뢰가 깨지며 국민에게 가장 큰 실망감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저 100만 촛불의 민심도 그렇게 믿고 기억하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의 함성일 것"이라며 "어쩌다 제가 이런 글을 대통령님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학재 의원은 19대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그는 대선 직후인 2012년 12월 21일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국회로 돌아간 바 있다.

    이 의원은 같은 글에서 "저는 대선 이후 계파 청산을 주장했다"면서 국회법 파동으로 논란이 된 유승민 의원의 사퇴와 복당에서 각각 유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