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귀국 이전에 신당 창당하려 들 것"… '선분당 후탄핵' 유력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20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총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20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총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추진과 출당 조치 등을 요구했다. 주류 친박계와 동거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선 주장이라, 분당을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하는 새누리당 비주류는 20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이른바 여권 6룡과 국회의원 35인, 원외당협위원장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총회 참석자들은 △국회 차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 절차 착수 △당무 차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당 윤리위에 제소해 출당 징계 추진을 할 것을 의결했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검찰 수사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의 공범임을 규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회는 탄핵 절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당 윤리위에도 제소해 출당·제명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권을 장악한 채 이들과 맞서고 있는 친박계란 말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계파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출당을 거론한 이날 비박계의 의결은 친박계의 핵심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사실상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으면서 주장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출당 요구는 당헌·당규에 비춰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실현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기보다는 분당을 앞둔 명분 쌓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 당규 제10조에는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대상이 규정돼 있는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광역기초단체장·시도당위원장·사무처당직자·여의도연구원임직원 등이 열거돼 있을 뿐 '당 소속 대통령'은 빠져 있다. 애초부터 '대통령 당원'을 징계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령 '평당원'으로 보아 징계에 착수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는 당규 제20조 2호의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민심을 이탈케 하였을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제21조 2항에 따라 중앙윤리위의 의결 후 다시 최고위의 의결이 필요하다.

    현재 최고위는 주류인 친박계가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 지난 7일 강석호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놓으면서, 비박계는 최고위에서 완전히 철수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안이 설혹 중앙윤리위에서 의결되더라도 최고위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전무한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데도 새누리당 비박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출당 요구를 한 것은, 사실상 분당을 앞두고 과거와 단절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비상시국회의 총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 35인 중 32인이 탄핵절차 착수에 찬성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65조 2항 후단에 따라,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석으로 환산하면 200석인데,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 야권 성향 무소속(6석)에 이날 총회에서 탄핵절차 추진에 찬성한 새누리당 비주류 32석을 합하면 203석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황영철 의원은 "(이날 비상시국회의 총회에) 부득이 참석하지 못한 의원 중 탄핵 절차에 동의하는 의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파악한다"며, 탄핵소추 의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제 관건은 '선(先)분당 후(後)탄핵'이냐, 아니면 '선탄핵 후분당'이냐로 좁혀졌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먼저 분당이 된 뒤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조금 높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탄핵소추안에 찬성 표결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며 "분당을 한 뒤에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과거와 명확히 단절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오늘 총회에서 탄핵에 찬성한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탄핵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국회를 대표하는 소추위원이 되는데, 새누리당 신분으로 소추위원직을 담당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며 "분당이 선행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분당이 선행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월 중순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면, 반 총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보수정당을 형성하려는 시도가 가시화될 수 있다"며 "반 총장의 인력에 개별적으로 끌려들어가지 않으려면, 귀국 이전에 비박계 잠룡이 먼저 신당을 창당하려 들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