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文 합류에 환영하면서도 "숟가락 하나 얹어갈 것" 비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당원보고대회 중 연단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당원보고대회 중 연단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15일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길거리 서명운동에 나섰다. 지난 10일부터 시작해 이날 6일째를 맞이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12일 촛불집회에 맞춰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의당 당원보고대회에서도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격앙된 목소리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며 대권주자 중에서는 강경노선을 주도하고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뜻을 모으는 등 투쟁노선을 선점했던 안철수 전 대표지만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는 여전히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월 1주차에 10.4%로 시작한 지지도는 11월 2주차 10.2%를 기록했다. (14일 리얼미터 발표,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공심위 참조)

    같은 기간 1위를 기록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3.5%에서 17.2%로 급락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9%에서 21.4%로 3.9%p 상승했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5.4%에서 9.0%로 지지도가 올랐다. 안철수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 간의 격차는 1%p 내외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추이를 지켜보던 문재인 전 대표도 강경 투쟁으로 선회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나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면서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퇴진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전날 긴급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을 '2선 후퇴론'에서 '대통령 퇴진론'으로 결정하면서 그간 강경 투쟁을 요구했던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퇴진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면서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환영했다. 

    박지원 위원장도 "조건 없는 퇴진을 이야기했지만 그 실현 방안이 모호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늦었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 퇴진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선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이 강경노선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선 "숟가락 하나 얹어가지고 강력하게 퇴진하라고 요구를 할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을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을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강경투쟁 노선을 선점한 안철수 전 대표지만, 새누리당과 반기문 총장으로부터 이탈한 보수층의 표가 자신에게 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길거리 투쟁이 국민이 요구하는 국민의당의 노선과 부합한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거대 양당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새정치를 주창하며 대안을 내놓는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검찰 수사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빠른 시일에 자진 하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언제까지 자신들의 권한에는 손 놓은 채 '민심'이란 이름의 촛불 뒤에만 숨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정이 마비되고 정국이 교착된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투쟁이 대안을 내놓는 새정치가 아닌 기존 야당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일 김영환 전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의 들러리가 되어있는한, 국민의당을 창당할 이유도 없고 존립할 필요도 없는 상태가 됐다"며 "창당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국민의당이 무엇인지 안 보인다"고 일갈했다.

    김영환 전 총장은 또한 "이럴 때 문제를 해결하라고 국민의당을 세웠다"면서 "민주당과 새누리당과는 다른 우리 색깔이 있어야 하는데, 이걸 만들어내지 못하고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의 부재(不在)가 지지율 고착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럴 때 인기가 없어도, 당이 챙겨야한다"면서 국무총리 추천을 비롯해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헌법기관인 국회는 법률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 국회가 자신들의 권한조차 사용하지 않고 헌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여론에 휩쓸릴 거라면 대의민주주의인 국회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승용·천정배 의원 등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길거리 투쟁에 나설 것이 아니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가 할 수 있는 정당한 법적 절차가 있음에도 정치권이 어중간한 '퇴진'만 외치며 시간을 끌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국회가 원칙을 지키면서 국정 수습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해온 야당이 오히려 대화를 단절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영수회담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박주선 부의장은 지난 10일 YTN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지금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하야를 주장하고 있지만, 하야는 혁명과 쿠데타가 아니고서는 본인 의사에 반해서 하야시킬 수가 없다"며 "헌정중단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비판하는 사람도, 국민도 헌정 질서와 헌법의 규정 절차에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묻고 추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밉고 대통령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유고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꼬집고는 "대통령의 범법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국법 절차에 따라서 탄핵소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심의 성난 불길이 지금 온 대한민국을 불태우고 있는데, 이 불을 꺼야 할 소방수가 지금 없다"고 우려하면서 "적어도 이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소방수 역할을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며 정치권을 향해 성숙한 자세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