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대자보, 교과서 집필진 ‘추정’ 교수에 공개 답변 요구
  • ▲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 ⓒ 뉴데일리DB
    ▲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 ⓒ 뉴데일리DB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쥔 야권이, 현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고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 국사교과서 집필진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는 무책임한 행태가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고교 국사교과서 시안 및 집필진 공개는 이달 28일로 예정돼 있다.

    집필진에 대한 항의는 시안이 공개된 뒤, 이에 대한 전문가 및 현장의 분석과 평가가 나온 뒤 이뤄지는 것이 상식이라는 점에서, 야당과 전교조,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이 주도하는 ‘국정 국사교과서 낙인찍기’나, 일부 대학에서 자행되는 ‘아니면 말고’ 식의 언론플레이는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4일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는 이 학교 박용운 교수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박용운 교수님,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이 붙은 대자보는, 박 교수가 국정 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는지를 공개 질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위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이, 확인된 ‘팩트’ 없이, 곧 내용이 공개될 국정 국사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고 단정했다는 데 있다.

    대자보 작성자는 ‘고려대 평화나비’라고 자신들의 신분을 밝혔다. 이 단체는 대자보를 통해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정당화하는 국정교과서‘라는 표현을 통해, 해당 교과서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학생들은, 확인된 사실이 아닌 ‘자의적 추론’을 바탕으로, 국정 국사교과서 시안에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리면서, 박OO 교수의 답변을 요구했다.

    "(중략) 획일화된,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하는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신 것이 사실입니까.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현 정부에 의해 쓰여진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신 것이 과연 사실입니까.“

       - 학생단체 ‘평화나비’가 고려대에 붙인 대자보 내용 중 일부.


    심지어 학생들은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국정 교과서 시안을 마치 확인이라도 한 것처럼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도 편향된 내용들로 얼룩져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해당 대자보를 통해 논리적 비약을 범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박근혜 정부는 정당성을 잃었으니, 현 정부가 추진한 국정교과서 역시 정당성을 잃었다’는 식의 단세포적 논리를 펴고 있다.

    대자보를 붙인 ‘평화나비’는 국정 국사교과서 집필진으로 ‘추정’되는 교수들이 재직 중인 건국대, 단국대, 동국대 등에도 대자보를 붙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