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당원들이 학생들 지도” 증언...희망 출신들, 통진당 핵심 당원으로 활약

  • 지난 5일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백남기투쟁본부 등 좌파단체가 주도한 ‘박근혜 퇴진 2차 범국민행동’ 집회에 앞서, ‘12일 민중총궐기 사전 집회(청소년 시국대회) 참석을 원하는 지방 학생들의 여비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펼친 청소년단체가, 옛 통합진보당(통진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광화문광장 주변을 돌면서 모금활동을 벌인 단체는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다.

    ‘희망’은 5일 광화문광장 현장 모금을 통해 무려 4천850여만원을 모금했으며, 12일 민중총궐기에 앞서 열리는 ‘청소년시국회의’ 참석을 원하는 지방 학생들의 버스대절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에 분노한 어른들은,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내민 모금함에 5만원권 지폐를 넣어주며 이들의 ‘투쟁 활동’을 격려했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존재감을 알린 ‘희망’은, 순수청소년 자원봉사단체로 포장돼 있지만 그 실체는, 옛 통진당과 연결된 청소년 정치조직이다.

    이들은 정치·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시국집회 및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집회 및 시위의 맨 앞줄에 선 ‘교복 입은 학생들’ 가운데는 ‘희망’ 소속 회원들이 적지 않았다.

    ‘희망’과 옛 통진당의 관계는 2013년 9월 동아일보 및 신동아의 잇따른 기획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같은 해 9월2일 [단독]“촛불집회 고교생에 다가간 ‘쌤’들, ‘이석기 키즈’를 키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희망’의 실체를 알렸다.

  • ▲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관련 동아일보 기사. ⓒ 화면 캡처
    ▲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관련 동아일보 기사. ⓒ 화면 캡처


    신문은, 국가정보원 개혁을 요구하며 촛불집회에 참여해온 ‘청소년 시국회의’가 ‘희망’과의 결별을 위해, 스스로 단체 해산을 결정한 과정을 청소년들의 인터뷰를 통해 담아냈다.

    국정원 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에는 참여하지만 정치적, 이념적으로는 중립을 지키고자 했던 중고생들은 ‘희망’ 소속 학생 및 이들을 지도하는 일명 ‘쌤(선생님)’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단체 해산을 결정했다.

    동아일보는 취재에 응한 학생들의 증언을 빌려, ‘희망’ 소속 학생들을 지도한 20~30대 초반의 성인 활동가들이 ‘통진당 당원’이란 사실을 밝혔다.

    이어 신문은 “희망 측 활동가들은 학생들에게 ‘통진당 청소년위원회’에 들어갈 것을 권유하고, 학생단체와 통진당의 연대를 강력히 주장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동아일보의 위 기사 중 일부다.

    A 군은 “지난달 초 활동가들이 청소년 연합단체인 ‘전국민주주의수호청소년연합’에 들어가자고 제안했을 때 이들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연합을 구성하는 단체가 희망의 서울 및 광주지부, 희망 계열인 청소년문화예술센터였던 것.
    B군(18)은 “처음에는 활동가들이 어디 소속인지도 몰랐는데 스마트폰과 노트북, 문서 파일 등에 통진당 마크인 보라색 물결무늬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고 통진당 당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공안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희망’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희망’은 2000년 11월 출범한 뒤,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촛불집회, 2008년 광우병 파동 촛불집회 등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희망’은 ‘국가보안법 폐지’ 지지 선언 등 정치색 짙은 성명을 발표하면서, 성인 활동가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신문은 ‘희망’ 소속 학생들이 통진당 청소년위원장, 기획팀 국장, 홍보디어어실 국장 등 통진당의 핵심 당원으로 활약한 사실도 소개했다.

    현재 ‘희망’이 개설한 페이스북에는, ‘박근혜 하야’를 위한 청소년 시국회의 참가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와있다.

    “한국현대사에 영원히 기록될 역사적 현장에 함께 가지 않으시렵니까?

    훗날 역사책은 [2016년 11월 12일, "박근혜 하야"를 외친 중고등학생, 청소년들이 있었다] 기록할 것 입니다. 전국의 청소년들의 모습은 한 장의 사진으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박근혜 하야’ 전국 청소년이 모이면 꿈이 현실이 됩니다.

    서울이 너무 멀다고요? 차비가 부담이라고요? 버스가 여러분 동네까지 갑니다.

    11월 12일 서울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싶은 전국의 청소년을 위한 버스 운행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청소년이라면 해당 지역에서 누구나 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