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누리 예산 전액 미편성...시·도의원들과 갈등
  • ▲ 장휘국 광주교육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장휘국 광주교육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속칭 '진보교육감'들이 수장으로 있는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도 예산안에도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사업비를 전액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보교육감들은, 자신들의 주요 공약 사항인 '무상급식' 예산은 늘리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른바 '보편적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진보교육감들이, 어린이집 보육료와 관련된 예산의 편성은 거부하면서, 무상급식 예산만을 늘리는 행태는 모순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서울·부산·광주·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남·제주 등 진보교육감이 있는 12개 교육청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인천 이청연 교육감은 7개월분의 예산을 일부 편성해, ‘보육대란’에 대비한 완충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 시·도교육감은 "재정 형편이 열악한데, 대통령 공약 사항까지 떠맡을 수는 없다"며,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별도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편성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사진 왼쪽)이 지난달 4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과 관련해 입장을 전달하러 온 이영 교육부 차관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사진 왼쪽)이 지난달 4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과 관련해 입장을 전달하러 온 이영 교육부 차관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3개곳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보육대란’이 재현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거나, 일부 편성한 시·도교육청 가운데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곳은 인천, 강원, 광주 등이다. 이들 지역 교육감은 모두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지부장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기로 해 도의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강원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에 대해 "어린이집은 교육청 소관 업무도 아니고 예산 편성의 법적 근거가 없다. 특히 어린이집을 지원한다면 유·초·중등교육에 상대적 불이익이 간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면 교육재정이 열악해 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원도의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행태는, 해당 학부모와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교육청과 비슷한 상황은 광주에서도 발생했다.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내년부터 무상급식 지원 대상을 특성화고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광주시의회와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장 교육감이 열악한 지방 교육재정을 무시하고, 예산 편성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광주교육청은 8일, 내년부터 교육감 공약사업으로 특성화고교 무상급식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약 7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의원은 "교육감 공약 실현에 매몰된 사업 추진"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시의원들은 "누리과정 예산만 가지고도 허덕이는 교육청이, 무상급식을 고교과정까지 확대할 수 있겠느냐"며 시교육청의 결정의 의문을 표했다.

    인천교육청은 시의회와의 오랜 갈등 끝에 무상급식 부담 비율을 확정하고, 내년도부터 59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중학생 8만588명 전원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시교육청 경우 무상급식을 확대하면서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전액 반영해, ‘진보교육감’들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