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내각 통할, "박근혜 하야" 기습 시위... 탄핵 주장은 없어
  • ▲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자 야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자 야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임명해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 책임총리 임명권을 넘기겠다는 얘기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라는 조중동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장실을 방문,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부진과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국회에서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정세균 의장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힘든 시간이고 국민이 걱정이 많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대통령의 위기는 국정의 위기이고 국가의 위기이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민심을 잘 받드는 게 중요하다. 주말 촛불민심을 잘 수용해주시고, 그래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총리 후보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인물,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회의 전면적인 동의 없이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을 호되게 질책하는 듯 한 발언이었다.

    정세균 의장은 또 "지금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대통령도 안심하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런 인물을 찾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과 정세균 의장의 회담은 13분 만에 종료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날 오전 10시 27분 국회 본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우윤근 국회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아 국회의장 접견실로 이동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입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야당 의원과 보좌진 50여명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 떼라' 등의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회담을 마치고 국회를 나갈 때도 "하야하라, 물러나라"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헌법적 절차에 의한 탄핵(彈劾)을 요구하는 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