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원순·이재명, '박근혜 하야' 놓고 미묘한 신경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8일 한자리에 모여 '최순실 게이트'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당 안팎에선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가 강경 투쟁 국면이 자신의 대선가도에 마냥 유리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 친문(親文) 중심의 당 지도부를 통해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이날 정국수습을 위해 당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하야 운동 등의 투쟁 방식을 놓고서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여의도 한 식당에서 진행된 조찬에는 문 전 대표와 박 시장, 이 시장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 추미애 대표가 등이 참석했다.

추 대표는 "민주당이 제1당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선을 준비하는 분들도 고견을 들려달라"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1시간여에 걸쳐 비공개 회동을 갖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공세 수위를 놓고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들의 민심을 존중하지만 그와 함께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합해 함께 나가기로 얘기했다"며 당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은 "여러 가지로 어려울 때니까 각자가 갖고 있는 시국에 대한 고민들과 판단들에 관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눴다"며 "당 지도부가 이 국면에서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 잘 대처하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장들은 여전히 즉각적인 '하야 투쟁' 입장을 견지하며 이견을 드러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며 "이런 정당하고 도도한 국민의 요구를 당이 받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당리당략이나 정파적인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요구와 역사적 흐름을 받아들여야 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시장은 "저는 마지막 단계로서는 헌법상 권한인 탄핵절차에 착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씀드렸다"며 하야-탄핵 등의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일각에선 '대통령 하야' 정국이 반갑지 않은 문 전 대표가 '하야·탄핵' 주장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지자체장들에게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가 하야-탄핵 정국으로 넘어가기 전에 '총리 추천권'을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아 행사하는 게 지지율 1위를 고수하며 실리도 챙기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탄핵' 등의 강경 발언으로 지지율 상승효과를 얻은 이재명 시장 등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조건으로 해야 한다"며 "그 이후 시민사회진영이 같이 참여해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경투쟁 방식을 고수했다.

한편 추미애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것에 대해 "영수회담을 그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 일방통행식"이라고 비판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도 "당대표에게 직접 연락온 게 없다. 일방적 방문"이라며 "불통으로 문제가 커지고 이 국면까지 온 측면도 있는데 해결하는 과정도 불통"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