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맵'만 없을 뿐, 이정현 지도부 사퇴 '초 읽기'시작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서울여의도에 있는 새누리당 당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을 끝으로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을 그만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강석호 최고위원이 7일 서울여의도에 있는 새누리당 당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을 끝으로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을 그만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비록 일부가 이탈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정 중단 사태가 오지 않도록, 어려움에 처해있는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저에게 조금만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이 난국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고, 괴로워 신음하는데 나 혼자 마음 편하자고 유유히 곁을 떠나는 의리 없는 사람이 도기는 싫다"면서 "당의 위기상황에서는 분열보다는 뭉쳐서, 합심해서 이 위기를 먼저 극복하자"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의 최고위원회의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불참하고 강석호 최고위원이 사표를 내면서 반쪽짜리 회의가 돼 버렸다. 그간 당내 유일한 비박계 지도부로 분류됐던 강석호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면서, 7일 사퇴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같은 자리에서 12월 2일 예산안을 처리한 뒤를 사퇴시한을 못박은 상태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현 상황에서 우선순위는 사태의 조속한 수습과 헌정중단 사태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퇴는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의 역할은 바깥 목소리를 못 듣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 쇄신의 방향을 강하게 외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정현 대표는 하루의 시간을 두지 않고 대통령께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런 것을 잘 모른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최고위원은 "9.11 테러 당시 뉴욕시장인 줄리안은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얻어맞을수록 침착하게 뉴욕시민들을 안정시키고 수습책과 로드맵을 냈다"면서 "우리 여야가 해야 하는 일들은 국정을 안정시키고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역시 같은 날 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소위 잠재 대선주자들이 오히려 이정현 대표의 등을 두들겨주면서 '우리도 뒤에서 도와줄 테니 같이 합심해서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지 이렇게 했으면 국민이나 당원이 보기에 든든하고 보기 좋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지난 4일 의원총회를 보니 새누리당의 내분이 정말 중병에 걸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 ▲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최순실 사태'수습이 먼저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사퇴 시기를 암시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최순실 사태'수습이 먼저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사퇴 시기를 암시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만, 이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미 동력을 잃어 오래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 지도부도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당 지도부는 저마다 사퇴 시한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같은 자리에서 이장우 최고위원은 "새누리라는 배가 난파 직전이다. 적어도 항해할 수 있는 바다가 됐을 때 새로운 개혁과 쇄신을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새 내각 구성되고 이 국면이 수습되는 상황이 오면 지도부의 진퇴 결정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정현 대표는 "절대 머지않아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여러분의 곁을 떠나드리겠다"면서 대표직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오게 된다면 현재의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고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최고위 회의에 참석한 다른 분들도 '빨리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서 회의 진행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면서도 "(이것저것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로드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태다. 어쨌든 긴밀히 당 위원님들과 청와대 모두 다 협조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협조해 해결하려고 한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