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참가자 “해방 사회 건설”, 남조선혁명론 연상 발언
  • ▲ 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으로 촉발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이 두 번째 공식사과를 했음에도, 좌편향 진보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주도한 주말 서울도심 집회 참가자 수는 1주일 전 보다 3배 넘게 늘어났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1차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2천명(주최 측 추산 3만명)이 모였으나,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 집회에는 경찰 추산 4만3천명(주최 측 추산 1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집회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백남기투쟁본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4.16연대, 민주주의국민행동 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진보진영이 조직적으로 기획했다.

    집회에는 상급노조인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철도노조, 지하철노조, 전교조, 건설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했다. 정의당과 녹색당 등 대안정당, 서울대, 이화여대, 서강대, 외대, 홍익대, 국민대 총학생회의 깃발도 모습을 드러냈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다만 상당수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하야’ 구호가 갖는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듯, 본 집회 전에 열린 故 백남기 씨 영결식에만 참석했다. 지난 집회에선 더민주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마이크를 잡고 선동적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나, 이날은 무대에 오른 정치인이 없었다.

    이날 오후 먼저 열린 백남기씨 영결식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문재인 전 대표 등 48명, 국민의당에서 박지원 비대위원장, 안철수 의원 등 13명, 정의당에서 심상정 공동대표 등 3명이 참석했다.

    서울시의 행정력을 동원해 대통령 하야 집회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균형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얼굴도 보였다.

    특히 박 시장은 직접 추도사를 낭독하면서, 경찰의 살수차 운용을 ‘폭력적 범죄행위’라고 비난해 자질 논란을 자초했다. 박원순 시장은 뒤이어 열린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 ▲ 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본가계급 타도, 해방 사회 건설” 북한 ‘남조선혁명론’ 연상시키는 발언도 나와


    이날 발언자들 가운데는 각 대학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많았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건국대 시국회의 대표는 ▲대통령의 사과 미흡 ▲최순실씨 국정농단으로 인한 민주주의 침해 ▲대통령 및 집권여당의 무능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했다.

    최창식 전교조 교사는 “정권의 충복이 되라는 노골적인 강요와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 땅의 공무원과 교사들은 국민을 능멸한 대통령의 퇴진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명선 4.16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및 백남기씨 사망사건을 언급하면서,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손미아 강원대 교수는 “이 나라는 자본가계급의 국가다. 대통령은 퇴진하고 노동자와 민중을 중심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해방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른 발언자들과 확연하게 결이 다른 주장을 폈다.

    손미아 교수의 주장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기층 민중에 의한 자본가 계급의 타도 및 민중해방’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남조선혁명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NLPDR)을 연상케 한다.

  • ▲ 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시위대, 신고한 경로 벗어나 행진 강행...경찰, 시위대 위해 ‘교통통제’ 저자세 일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당초 신고한 대로 광화문우체국에서 종로3가 을지로3가 시청 대한문을 통해 일민미술관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앞서 경찰은 "행정법원이 결정한대로 광화문우체국에서 일민미술관까지의 행진은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광화문우체국에서 교보문고까지의 금지통고 처분은 유효한 만큼 현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관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시위대가 신고한 경로를 벗어나 명동으로 진입하는데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을지로입구역에서 남대문로, 숭례문오거리를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시위대가 경로를 벗어나 명동거리를 누비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시위대의 이동방향에 맞춰 주변 교통을 통제했다.

    시위대는 ‘박근혜 우선 하야, 추후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주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시위대는 "열 받는다, 엎어버려" "몸통은 박근혜다" "사과말고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 대열에 있던 A씨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체제임을 무시하고 있다"며 시위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B씨는 "최순실 사태는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C씨도 "박 대통령은 범죄자고 거짓말쟁이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대통령이 두 번째 사과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 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일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