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시국집회 참가 발언에...전문가들 우려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의혹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인민재판 하자는 인권변호사 출신 시장" 
    "본인의 (대선 출마) 정치 일정과 연결한 조급한 행동"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게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기본에 충실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청와대의 개각 발표 직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한 사실에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시정(市政)이나 제대로 살피라”는 쓴소리를 냈다.

    일부 전문가는 박 시장이 대통령 하야를 넘어 시국집회에 직접 참가하고, 서울시의 행정력을 동원해 집회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힌 부분을 문제 삼으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이 인권변호사 출신임을 자주 내세우는 사실을 꼬집어, “의혹의 실체 규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단죄하듯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행태는 모순”이란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전문가는 “대권행보에 몰입한 박 시장의 조급증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며, 박 시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촌평했다.

    박원순 시장은 2일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박 대통령의 모습에 또 다시 분노한다"라며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권위와 신뢰를 잃었다. 경제위기·민생도탄·남북관계위기 등을 '식물대통령'에 맡길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각 명단을 발표한 것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가위기 사태를 악화시키는 정권과 새누리당의 농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박 대통령도 헌법유린·국정농단과 관련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나는 국민과 함께 촛불도 들고, 비상시국회의에도 참여하겠다. 시국회의가 진행하는 평화로운 집회가 안전하고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서울시는 모든 행정편의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의 시국회의(집회) 참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 ▲ 지난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천만 시민 대표의 '경거망동(輕擧妄動)'"

    1천만 시민을 살림을 책임진 서울시장이, 대통령 하야 집회에 나서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우려와 탄식이 곳곳에서 나왔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법을 공부하고 인권변호사를 자처했던 박 시장이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는 아직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니고 검찰이 조사 중인 상황인데, '카더라' 정보만으로 인민재판하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김인영 교수는 "서울시장이라는 공직자가 특정인을 죄인으로 단죄하는 식의 발언을 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며, 박 시장의 행태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이어 "대통령의 도덕성이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것이 정치적 리더십 까지 영향을 미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면 이후 국정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인가. 1년짜리 대통령 선거를 추가해서 선거를 두 번 치른다면, 그에 따른 사회혼란과 경제적 비효율성은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천만 시민의 대표가 어떻게 시위하는 시민단체를 지원하겠다고 말할 수 있나, 시위대에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도 많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집회에 동조하지 않는 시민들은 서울시의 책임 밖에 있다는 말인가. 박 시장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고 했다.

  • ▲ 비선실세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 씨가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비선실세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 씨가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회(범사련) 사무총장은 "박원순 시장이 '하야 정국'을 만들기 위해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은 국민적 분위기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 사무총장은 "박 시장이 대선 출마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현재 사태가 본인의 정치 일정과 맞물린 만큼 조급해진 거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야 여론도 있지만 동시에 박 대통령의 진정성 담긴 고백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히고 이후에 탄핵이든 거국중립내각이든 방안을 찾는 게 순서"라며 "그 전에 정치적 공세만 가하면 사회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 사무총장은 "이런 때일수록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사태를 지켜봐야 맞다"고 조언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도 "박 시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간과하고, 과도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옥남 실장은 "박원순 시장은 25조원의 예산을 쓰는 대한민국 수도의 대표이자 국무회의에도 참석한다. 격양된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박 시장이, 혼란을 틈타 (국민을) 선동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옥남 실장은 "다른 광역단체장들은 할 말이 없겠나, 엄중한 시기에 박원순 시장이 해야할 일은 시의 행정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라며, 박 시장의 자제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