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사유재산 훼손, 보안서 동원해 사적 처벌까지…“지역마다 ‘1번 동지’ 등장”
  • ▲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의 경우에도 그의 측근들로부터 '1번 동지'로 불렸다고 한다. 최근 北지방에서 '자칭 1번 동지'가 출현하는데도 평양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이상해 보인다. ⓒ장성택 처형 당시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의 경우에도 그의 측근들로부터 '1번 동지'로 불렸다고 한다. 최근 北지방에서 '자칭 1번 동지'가 출현하는데도 평양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이상해 보인다. ⓒ장성택 처형 당시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북한에서 김정은의 지배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걸까. 최근 북한의 지방에서는 ‘자칭 1호’ 즉 ‘최고존엄’처럼 행동하는 지역 지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도당 책임비서나 부서 책임자들까지 ‘1번 동지’로 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북한에서는 김씨 일가만이 ‘1번 동지’가 될 수 있다. 최고 지도자라는 뜻이다. 북한에서는 최고 지도자가 참석하는 행사를 ‘1호 행사’, 전용 도로를 ‘1번 도로’라 부른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제는 도당 책임비서나 부서 책임자들까지 모두 ‘1번 동지’로 통한다”면서 “이는 아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지방 하급간부들이 자신의 상관이 최고라는 의미에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특히 출신성부이 좋은 당 간부일수록 지역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1번 동지’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인물로 함경북도 부령군당 책임비서 고응선을 꼽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고응선은 김일성과 함께 中길림육문중학교를 다닌 고재룡의 손자로, 부령군 일대에서 ‘1번 동지’ 행세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고응선이라는 자의 인품이 말 못할 정도로 천박하다는 것. 막말과 횡포가 심하기로 유명하며, 자신의 부인과 장사를 하던 주민을 보안서 유치장에 억류한 뒤 직접 폭행하기도 하는 등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도 고응선을 “무지막지한 성격을 가진 1번 동지로 알려져 있다”면서 지난 7월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고응선은 당시 경사가 45도나 되는 고무산에 산림조성사업을 지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뙈기밭을 일구던 재일교포의 옥수수밭을 절단 내버렸다고 한다. 여기에 재일동포가 “일본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항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다 자란 옥수수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으라는 명령을 내려 주민들의 불만에 극에 달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고응선의 악행과 비리에 분노한 부령군 주민들이 수 차례 노동당 중앙에 신고했지만 당 중앙에서는 처리는커녕 오히려 고응선을 신고한 데 대한 앙갚음만 당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소식통들은 ‘1번 동지’ 문제가 함경북도 부령군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각 지역마다 등장하는 ‘1번 동지’들의 전횡 때문에 북한 사회의 민심이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북한 소식통들의 ‘1번 동지’ 출현은 마치 덩샤오핑이 죽은 뒤 中공산당 지도부가 지역별로 군구 지휘관과 손을 잡고 서로 견제를 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북한에서는 김씨 일가의 통치체제가 매우 굳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각 지역에서 법까지 무시하면서 전횡을 일삼는 세력이 계속 나타나고, 평양의 영향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면, 북한 내에서도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