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친박은 뭐하고 있는 것인가



    허동혁 /객원논설위원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파동은 그 향후 추이가 심히 우려스럽다.
    작금의 사태는 지난 1988년 5공청산 광풍 때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사실과 의혹 그리고 상상력이 더해져서 나라가 완전 블랙홀처럼 되고 있다.
    전 국민이 대통령 매도에 관심을 쏟은 때가 역사상 지금하고 1988년, 4.19 정도일 것이다.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현직 대통령의 공사 구분 실패이다. 
    이것은 그러나 탄핵의 대상이 되는 내란 매국 혹은 종북행위와는 명백히 다르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좌파정권 때문에 흔들린 국가 정체성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
    나라를 정상화 궤도로 이끌고있다는 평가를 이미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정치역사상 최고의 결집력과 충성도를 자랑한다는 친박 의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난 며칠간 이들은 애석하게도 너무나 조용하다.
    어떻게 된 일인가.
    대통령은 나라의 상징이자 중심이다. 대통령 중심제를 헌법으로 채택한 이상
    대통령이 잘 되어야 나라도 잘 된다는 것은 물을 것도 없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문제가 생기면 나라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흠집이 보인다고 그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은 결코 나라를 위해 옳은 행동이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잘 안되기를 바라는 것이 정상인가?

    1988년 5공청산 광풍때를 보자.
    당시 택시를 타면 전두환 대통령 비난은 기본으로 듣던 시기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내던지며 ‘난세를 치세로 바꾼 구국의 영웅’이라는 말로
    전대통령을 육탄방어하려 팔을 걷어붙이는 부하들이 있었다.
    이들의 행동과 어록은 5공 평가와 관계없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지금에도 5공시절 경제 치적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받게되는 것은
    당시 그 부하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자칭 '친박' 의원들은 이 순간 어디에 숨어서 숨죽이고 있는가.
    더군다나 박대통령은 전직도 아니고 임기가 1년넘게 남아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어느 누구도 ‘내 잘못이다, 우리 책임이다’ 나서려는 새누리 국회의원이 안보인다.
    각종 선거에서 그들이 주장했듯이 박대통령을 '구국의 성녀'라고 진정 믿어왔다면,
    ‘광풍' 부는 광야에 떨고 있는 '자신의 성녀'를 가로 막고 나서는 친박이 있어야 할것 아닌가.
    '너무 몰아치지 말라’고 '다시 시작하자'고 당당하게 말할 기개가 단 한명에도 없단 말인가.
    박대통령의 정치적 토대가 친박세력의 정치적 이상이 버팀목으로 지탱하고 있다 한다면,
     도피성 행태로는 자신들의 버팀목이 허물어지고 박대통령은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 유신시대의 유신정우회(유정회)의 예를 보지 않았나.
    유신헌법에 따라 국회정원의 1/3을 차지한 지명직 국회의원 단체 유정회는 
    각계의 엘리트들을 선발하여 구성한 국가개혁의 공동목표 단체라 할수 있다.
    이들은 ‘유신은 구국의 결단’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을 받들어 유신체제를 지탱하는
    국가안정의 한 축이 되었으나, 10.26이후 이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른바 ‘한국의 엘리트’라던 이들의 행태는 난파선의 쥐나 다를 바 없었다. 
    정치상황의 불투명 속에서, 언제 유신이 구국의 결단이라 했느냐는 듯 추태를 보였다.
    그렇다고 이들의 앞날이 보장된 것도 물론 아니고, 칭찬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5공 정권은 결국 이들을 정치규제법으로 단죄하였다.

    오늘의 친박은 유정회 의원들이 취한 포즈와 거의 비슷한 in due course를 밟고 있는 것 같다.
    친박들이 눈앞의 정치 현실에 놀란 나머지 이렇게 계속 침묵이나 책임전가로 일관한다면, 
    세상은 친박을 권력만 쫓아다닌 철새로, 유정회보다 못한 오합지졸이란 평가를 내릴 것이다.
    정말로 박근혜 대통령을 구국의 성녀라고 생각해서 대통령으로 모셨으면,
    국가 정체성을 바로 잡고자 노력한 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박대통령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다. 박대통령이 잘 되어야 대한민국이 잘 될 수 있다. 일부의 주장대로 지금 하야하라는 주장이
    대세가 되도록 내버려두고, 친박들마저 거국내각이니 뭐니 자기 가림막이 되는 주장이나
    덩달아 되풀이 하며 방관한다고 치자. 그러면 자기위기를 넘겼다며 안도할 것인가?

    한국은 이순간에도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해 있다.
    주변국가들도 동맹국 미국마저도 우리에게 결코 호의적이라 할 수는 없다. 
    우리의 핵무장 논의로 시간을 보내도 시원찮을 때에, 박대통령에 관련된 또 다른 일이 일어나면, 그 뒷감당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성격이 난폭한 김정은이 오판하여 핵도발을 감행하고,
    미국이 한국의 무력한 위기 상황을 이유로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너무나 이상한 방향으로 휩쓸려가고 있다.
    5공청산 광풍은 감정적으로는 시원했을 지 모르나 그 후유증으로 국가성장 동력이 한풀 꺾였다. 이후 IMF가 있었고 그 뒤로도 예전의 경제성장률을 되찾지 못한 원인을 친박은 진정 모르는가.
    친박이 박대통령을 하루아침에 버린다면 자신을 버리고 나라를 버리는 것이 될것이다.
    살얼음판 같은 국가위기에서 똘똘 뭉쳐 나서는 정치집단을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것일까.
    자신들의 리더를 앞장서 매질하는 이런 망국의 굿판은 '5공 인민재판'으로 족하다.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철학자 헤겔의 경고를 되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