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결재요청 의혹' 18일 김만복이 제기해 문재인이 결론냈다는 취지"국감장서 기관장 답변"… 김병기 "사견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갔겠나"
  •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사진 가운데)과 김진섭 1차장(왼쪽), 최윤수 2차장이 19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사진 가운데)과 김진섭 1차장(왼쪽), 최윤수 2차장이 19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요청 의혹'의 핵심 쟁점인 △대북 요청 여부 △대북 요청 주체에 대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제안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결정한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19일 오후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속개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제일 먼저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고 제기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송민순 전 외무장관의 회고록이 기술된대로 2007년 11월) 18일 김만복 원장이 남북 경로를 통해 북에 확인해보자고 하니,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렇게 하자'고 결론낸 것이 맞느냐"고 묻자, 이 질문에 대해서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우리 정부가 기권을 하기로 결정한 시기를 놓고서도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기술 내용에 일리가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 뒤따랐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결정한 날이 16일이 맞느냐, 20일이 맞느냐"고 질의하자, 이병호 원장은 "천호선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처럼 기권 결정을 한 날은 최종적으로 20일이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만일 20일이 아닌 16일에 내부적으로 '기권' 방침이 정해져 18일에 북한의 입장을 타진한 것은 '사후 통보'의 형식이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병호 원장은 "사후 통보한 자체가 안보 차원에서 마땅치 않은 일"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자료 확인에 관한 것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이지만 회고록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며 "회고록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며, 근거를 갖고 기술된 것으로 본다"고 높이 평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정치권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대단히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이병호 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는 답변을 국정감사 현장에서 내놓은 것이다.

    그간 문재인 전 대표 측은 △16일에 이미 기권 방침 결정 △따라서 설혹 18일 이후에 북한과 접촉했더라도 그것은 '사후 통보' △18일 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회의를 주도하거나 결론을 낼만한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병호 원장의 이날 답변은 △16일이 아닌 20일에 기권 방침을 결정했을 것 △18일에 김만복 원장이 제기하고 문재인 실장이 결론냈다는 북한과의 접촉은 '사전 입장 타진' △18일에 문재인 실장이 결론을 냈을 것 △설령 사후 통보라고 해도 안보 차원에서 부적절하다는 등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오늘(19일) (이병호 국정)원장의 의견은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한 원장의 답변"이라며 "어느 국회의원이 기관장을 앞에 앉혀놓고 개인적인 의견을 묻고 있겠느냐"고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 "정진석 원내대표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감장에서 원장의 답변이 사견일 수 있겠느냐'며 '사견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맞느냐'고 물었다"며 "이병호 원장은 이에 '맞다'고 했다"고 전했다.

    반면 정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사안들에 대해 불리한 내용이 마구 쏟아지게 된 민주당 측은 이병호 국정원장의 답변의 의미를 축소하려 애썼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원장의 모든 답변에는 '내가 느끼기에' '상식적으로 볼 때'라는 것이 다 전제돼 있었다"며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그냥 넘어갔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오늘 원장의 답변이 어떤 근거나 자료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식적인 근거가 있는데 이 자리에서 (근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병호 원장에게)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듯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이병호 원장도 "공식적인 의견은 NCND라고 하니 개인적인 의견을 물어보기에 대답한 것일 뿐인데, 내 의견이 왜곡됐다면 언론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