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대사 외교전문에 "노무현 정부, 최종 결정 표결 2시간 전에야 내려"송민순 "뒷받침할 기록 있어" 2차전 예고…문재인, 사실상 판정敗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송민순 회고록' 논란의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한 정치권의 진상규명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번 '회고록 파문'으로 지난 2007년 문재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노무현 정권의 부실한 대북(對北)관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럼에도 문재인 전 대표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버티는 한편 정부·여당을 맹비난한 것은 막다른 곳에 몰린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층이라도 규합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18일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한 문재인 전 대표는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이 "정치를 하다 보면 몸을 돌보시기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하자, "건강 못지않게 맷집도 세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회고록 파문'이 본격적으로 터지던 시기인 지난 15일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민순 장관의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다"며 오히려 박근혜 정부를 질타하는 황당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다 그렇게 (찬성)했다고 한다"고 하더니, 최종적으로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8일에는 '회고록 논란' 문제를 질문하는 취재진에 "그 질문은 안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냈던 김경수 의원이 16일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 의견을 냈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김경수 의원은 "기권을 먼저 결정하고 이 사항을 남북정상회담 직후 남북 간 다양한 대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북에 전달한 것"이라며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부인했다. 

    김경수 의원과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재인 전 대표 측 인사에 따르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2007년 11월16일 대통령 주재회의에서다. 

    이후 주무부처인 외교부에서 결의안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아 송민순 전 장관을 설득하는 회의가 18일 안보실장 주재로 열렸고 기권하기로 한 내용을 통보했다고 하고 있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결재를 받았든, 통보를 했든 국가의 중대한 결정을 우리 국민보다도 북한 김정일에 먼저 보고를 했다는 점이다. 한반도 안보의 핵심인 동맹국 미국보다도 북한을 우위에 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 2007년 당시 주한미국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가 본국에 보낸 외교전문에는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표결 2시간 전에야 내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위키리크스 캡쳐
    ▲ 2007년 당시 주한미국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가 본국에 보낸 외교전문에는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표결 2시간 전에야 내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위키리크스 캡쳐

     

    기밀문서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따르면 2007년 당시 주한미국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가 본국에 보낸 외교전문에는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표결 2시간 전에야 내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르면 유엔에서 표결이 있은 뒤인 12월 4일 미 대사관 정무참사관과 만난 우리 외교부 담당자는 "기권하기로 한 최종 결정은 표결하기 두 시간 전에야 이뤄졌다"고 적혀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에 앞서 유엔 표결 이틀 전인 11월 19일 조중표 외교부 1차관을 찾아와 "한국이 찬성 투표해 줄 것"을 마지막으로 요청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사에게는 19일에도 명확한 입장을 알려주지 않은 셈이다.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5일 "2007년은 한반도 관리의 다양한 전략을 토론하던 시기였다"라며 "그야말로 남북관계의 황금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외교부대로,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북한의 반응을 점검하거나 정보를 수집했다면, 그야말로 참여정부의 높은 외교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DJ-노무현 정부 10년이 자랑하는 '햇볕정책'과 외교가 가져다준 것은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사건 등이었다. 

    쌀과 비료, 개성공단 등 수조 원을 북한에 퍼주면서 대화에 나섰지만, 북한 김정일은 물론 아들인 김정은조차 설득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회고록'의 저자인 송민순 전 장관은 이날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기권하기로 결정한 시기 등을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추가 기록이 있다고 말하면서 2차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