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천만원대 학교 예산이 주민 체육활동에 쓰이는 꼴.. 학생 교육공간 '위축' 우려학부모들 "개방 조례안은 어른들을 위한 정책.. 아이들에게 학교를 돌려 달라" 호소
  •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8일 오후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학교 시설 개방·이용에 관한 조례개정안 설명회' 모습.  이날 '학교 개방 조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과 현장 교사들의 반발로 교육청 관계자들은 해명 기회 조차 갖기 힘들었다. ⓒ뉴데일리 강유화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8일 오후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학교 시설 개방·이용에 관한 조례개정안 설명회' 모습. 이날 '학교 개방 조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과 현장 교사들의 반발로 교육청 관계자들은 해명 기회 조차 갖기 힘들었다. ⓒ뉴데일리 강유화 기자



    성병이나 피부병을 가지고 있는 외부인이 사용한 학교 화장실에 우리 아이들이 앉으면 좋겠느냐.

    주말에 아이들이 축구하러 운동장에 가면 축구 동호회 사람들이 운동장을 죄다 빌려 아이들이 말도 못하고 돌아오는 게 말이 되느냐.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8일 오후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학교 시설 개방·이용에 관한 조례개정안 설명회'에 학부모와 현장 교사들이 대거 참석, 서울시의회가 학교 시설 개방 의무를 강조한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같이 성토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9일 일반 시민에게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 시설 개방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시의회는 생활 체육인구가 느는 속도에 비해,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다며 '학교 시설 개방 조례'의 목적을 설명했지만, 학부모와 일선 현장 교사들이 아이들의 교육공간의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며 거센 반발을 보였기 때문.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조례안에는 '이용자들이 학교교육에 지장만 주지 않는다면 학교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 '학교장은 시설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용신청자에게 서면으로 불허사유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는 등 학교 개방을 강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교육청도 시의회가 통과시킨 개방 조례안의 문제점에 공감, 처음에는 폐지시키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국엔 찬반 의견을 절충, 수정 조례안을 만들었다.

    수정 조례안에는 외부인의 학교시설 사용시간을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하고, 특별한 경우 1시간을 연장해주는 방안과 사용 불허 사유를 서면이 아닌 전화, 구두,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알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용허가를 받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취사, 음주, 흡연을 하는 경우나, 영리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사용을 금지시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공청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던 교육청 관계자에게 야유를 보내며, "지금 수정 개정안 홍보하러 나온거냐" "우리한테 이해해달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며 설명 대신 '질의응답'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교육청은 학부모와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용, 남은 설명은 이미 나눠준 책자로 참고하는 것으로 하고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 ⓒ뉴데일리 강유화 기자
    ▲ ⓒ뉴데일리 강유화 기자

    한 초등학교의 교장은 "우리 아이들 화장실을 성병이 걸린 사람들이 써도 되겠느냐. 학교 체육시설은 성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이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공감만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초등학교 행정실장은 교육청 수정 조례안에 명시된 '체육관 대관료'가 터무니없이 싸다며, 역으로 학교 재정이 주민들의 체육시설 사용비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뀐 기준으로 학교 체육관을 개방할 경우 생활체육단체로부터 1년을 임대해주고 받을 수 있는 돈이 이전에는 907만원 정도였지만, 바뀐 기준으로는 반토막이 난 554만원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뀐 기준으로 한다면 연간 1,100만원의 학교 예산이 주민들의 체육활동에 쓰이게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초등학교, 중학교 예산 사정상 연간 천만원이 넘는 돈이 쓰일 경우, 아이들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곳에서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설 개방에 전반에 관한 것은 시의회가 아닌 교육감이 책임지고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지자체도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유독 서울시만 시의회에 모든 권한을 가져다 바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의원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 학교 학생은 표가 없으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 형편에도 맞지 않는 조례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육청 수정 개정안에는 학생들이 성추행을 당했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빠져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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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뉴데일리 DB
    한 학부모는 "요즘은 학부모도 학교 출입하기 위해 학부모 확인증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신원도 정확히 확인 할 수 없는 사람들을 학교에 들여야 하겠느냐"고 따졌다.

    이 학부모는 "학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가 감시하고 통제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해) 책임자인 교장, 교감이 매일 조사를 받고 감사를 받게 된다면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발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학생들에게 학교를 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항의에 종종 "학교 시설은 원래부터 개방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학부모들의 의견은 적극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교육관계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답변할 기회도 없이 번번히 마이크를 청중석으로 넘겨야 했다.

    교육청은 공청회 등에서 나온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들을 적극 수렴해 수정 조례안을 이달 28일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청 수정 조례안이 아직 통과된 것은 아니다. 시의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대폭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교육청과 시의회는 학교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