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부장관, 회고록서 참여정부 실체 폭로하태경 "문재인 대통령되면 북한 상국으로 모시겠네" 개탄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뉴데일리DB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뉴데일리DB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노무현 정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던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하기로 결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정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가 북한 독재정권에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자문을 구한 뒤 그 지시에 따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국기(國基)문란으로 반드시 재규명해야 할 엄중한 사건이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北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통해 당시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 과정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 UN총회서 對北인권결의안에 기권한 이유 

    송 전 장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문제가 정식으로 논의됐다.

    당시에는 그 전해인 2006년 7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같은 해 10월 핵실험까지 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목소리가 거세진 상황이었다. 

    특히 당시 유엔에서는 한국 정부가 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전제로 다소 완화된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협의하고 있었다. 또 국내 일각에서는 참여정부가 최악의 북한 인권상황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이 제기되기도 했다. 

    송 전 장관은 회의에서 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결의안이 북한 체제에 대한 내정간섭이 될 수 있고, 남북 관계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기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반대에 부닥친 송 전 장관은 "찬성과 기권 입장을 병렬해서 지난해(2006년)처럼 대통령의 결심을 받자"고 제안했다.

    "이에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왜 대통령에게 그런 부담을 주느냐. 다수의 의견대로 기권으로 합의하자'고 했다"고 송 전 장관은 회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도 문 비서실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남북 총리회담이 열린 11월 16일 북한 김영일 총리를 비롯한 남북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한 뒤 송 전 장관,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비서실장, 안보실장 등을 불러모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방금 북한 총리와 송별 오찬을 하고 올라왔는데 바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고 하니 그거 참 그렇네"라며 "입장을 잘 정리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송 전 장관은 이날 저녁 노무현 대통령에게 '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마지막 호소문을 만들어 대통령 관저로 보냈다.

    이를 본 노 대통령은 주무기관인 외교장관이 그토록 찬성하자고 하니 (문재인) 비서실장이 다시 회의를 열어 의논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문재인, '기권' 주도

    문재인 비서실장 등은 회의에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송 전 장관에게 강한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에 송 전 장관은 "인권결의안에도 찬성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 핵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우리의 방안에 협력해달라고 다른 나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내가 장관 자리에 있는 한 기권을 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이 "한국이 나서서 완화시킨 결의안 정도에는 찬성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유엔 북측 대표단을 설득하고 있다"고 계속 '찬성'을 주장하자, 김만복 국정원장이 "그러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도 그 방법에 찬동했다.

    송 전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그런 걸 대 놓고 물어보면 어떡하나. 나올 대답은 뻔한데. 좀 멀리 보고 찬성하자고 말했지만, 문재인 비서실장은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회상했다.

    이후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에 갔던 송 전 장관은 백종천 안보실장으로부터 북측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북한의 메시지에는 "역사적 북남 수뇌회담을 한 후에 반(反)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북남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테니 인권결의 표결에 책임있는 입장을 취하길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다"라는 요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송 전 장관은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한국 정부는 11월 21일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했다.


  • ■ 남북정상회담, '핵 문제' 거론에 미온적인 문재인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참여정부가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불구, 북한의 지시에 따라결의안에 반대하게 된 계기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비서실장은 핵 문제를 회담 의제로 거론하는 문제를 탐탁지 않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 "나는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를 중요하게 거론해야 함을 강조했다. (중략) 노 대통령은 방북 준비 팀과 논의하여 결정하자면서 확답 없이 넘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언질을 받고 싶었지만 더 이상 재촉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그 전에 이미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요청했으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고 적었다.

    송 전 장관은 또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종전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지만 하나의 시작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미국이 반대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국이 나서서 움직여보라는 것이었다"고 기록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7월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 들어서는 모습. 뒤로 송민순 외교부장관과 문재인 비서실장이 뒤따르고 있다.ⓒ뉴시스DB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7월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 들어서는 모습. 뒤로 송민순 외교부장관과 문재인 비서실장이 뒤따르고 있다.ⓒ뉴시스DB

    남북정상회담 당시 '3자 또는 4자 간에 종전을 선언하는 문구 문제'와 관련, 송 전 장관은 "나는 직통전화로 평양 현지 팀과의 교신을 관리하고 있던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두 가지를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 하나는 '종전선언' 앞에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강조하는 표현을 먼저 놓고 또 '3자 또는 4자'를 '직접관련 당사자'로 바꾸자고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어 "문 실장도 이 문제의 비중을 이해했다. 그런데 결과는 종전선언 문장 다음에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조항만 넣는 것으로 낙착되었다. '3자 또는 4자'는 그대로 남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북결의안 기권 논란'에 대해 "당시는 역사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한 여러 채널의 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던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안보관계 회의를 통해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북한 인권 문제도 남북간 직접 대화를 통해, 북의 인권을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문재인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한 조치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 "국제사회 노력 외면-北인권탄압 묵인 방조"

    문 대표의 해명에도 불구 문 대표가 위험천만한 대북관을 가졌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북한의 뜻을 물어보고 최종적으로 '기권' 결정을 했다니, 음주단속을 하는데 음주 중인 대상자들에게 단속을 해도 되는지 물어본 어처구니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문 전 대표는 현재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해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것만 봐도, 짐작이 된다"며 "결국, 문 전 대표는 북한의 인권탄압을 극복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마저 외면하고 북한 정권의 북한 동포에 대한 인권탄압을 묵인 방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이번 파문까지 더해 이런 위험천만한 대북관을 가진 분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며 명명백백히 진실이 공개돼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숨김없이 사실을 밝혀야 한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의 머릿속에는 북한이 상국인 것 같다"며 "북한이 'No'하니까 원래 찬성하려다 기권 방침으로 돌아섰다는군요. 문재인 대통령 되면 완전히 북한을 상국으로 모시겠네요"라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이어 "타협하지 말아야 할 인권 문제까지 북한의 지침을 받아 움직이는 것 보면 북한 관련된 문제는 뭐든지 결재를 받으려고 하겠다"며 문 전 대표의 해명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