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명물거리 음수대, 시민들 "음수대? 조명인 줄 알았다"
  • ▲ 서울시청 앞 아리수 음수대 조형물. ⓒ서울시 제공
    ▲ 서울시청 앞 아리수 음수대 조형물.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아리수 홍보와 지역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도심형 아리수 음수대'가 비용 대비 효과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저게 음수대였어요?" 시민들 어리둥절

    서울시는 지난 6월, 시민들에게 음용수와 여가공간을 제공하고 시민 편익을 증진시키겠다며 '도심형 아리수 음수대' 3개소를 조성 완료했다. 음수대 설치로 수돗물 음용 문화 확산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설치 장소는 시청 신청사 앞과 신촌 명물거리, 은평 평화공원 등이다.

    지난 6월 3일 설치 완료된 시청 앞 음수대는 한글로 형상화한 수도관 컨셉으로 3개의 수도꼭지가 있다. 설치규모는 가로4m×높이1.9m다.

    신촌 명물거리 음수대는 6월 30일에 설치됐다. '물을 맛있게 마시자'는 의미로 스트로우(빨대) 모양으로 제작됐으며, 조명과 무대, 스피커 등 공연시설을 갖추고 있어 버스킹이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버스킹을 원하는 예술인들은 서대문구청에 사전 신청한 후 시설과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수도꼭지 3개에 설치규모는 가로8.5m×세로6.3m×높이5m다.

    은평 평화공원 음수대는 TV 컨셉으로 '건강하고 깨끗한 아리수'를 시민들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TV 브라운관에선 아리수 홍보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소식과 정보 영상을 재생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설치규모는 가로2.5m×세로1.8m×두께1m로 수도꼭지는 3개가 있다.

    서울시는 아리수 음수대 조형물을 홍보하기 위해 신촌 명물거리 음수대를 설치한 직후, 밴드를 초청해 공연을 열었다. 아울러 시청 앞 음수대 앞에선 마임 퍼포먼스와 OX퀴즈, 사진촬영 등의 이벤트를 했다.

  • ▲ 신촌 명물거리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조형물. ⓒ서울시 제공
    ▲ 신촌 명물거리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조형물. ⓒ서울시 제공

    하지만 서울시가 총 사업비 3억 8,300만 원(홍보비 제외)을 투입, 이 같은 사업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리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져 빈축을 사고 있다.

    신촌 명물거리 음수대 인근 A상점 관계자는 '음수대가 설치된 지 3개월 째인데 행인들이 많이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의자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앉았다 가기는 하는데, 음수대 사용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형물 형상이 아리수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나 역시 저게 처음 생겼을 때 음수대인지도 몰랐다"며 "불빛이 나오니까 조명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B상점 관계자도 고개를 저으며 "내가 항상 지켜보는 건 아니지만, 거의 이용하지 않더라"라고 답했다.

    '버스킹 공연장으로는 활발히 활용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A상점과 B상점 관계자 모두 "주중엔 버스킹이 거의 없고 토요일 오후에만 가끔 하더라"며 "신촌이 주말엔 사람이 원래 많던 지역이라 관객이 모이긴 하지만 많은 수는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촌 명물거리 아리수 조형물에서 버스킹을 하는 건수는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버스킹 공연이 시작된 8월에는 3건, 9월 4건, 10월(첫주)에는 3건으로 저조했다. 서울시의 기존 사업 취지와 달리, 인근 지역 활성화에 아리수 조형물이 사실상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 ▲ 은평 평화공원 아리수 음수대 TV 조형물의 전원이 꺼져있다. ⓒ뉴데일리 DB
    ▲ 은평 평화공원 아리수 음수대 TV 조형물의 전원이 꺼져있다. ⓒ뉴데일리 DB
    은평 평화공원 TV 음수대 조형물에선 영상 재생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조형물 브라운관은 꺼져 있었다. "평일과 주말을 포함해서 오전 9시 부터 밤 11시까지 영상을 재생한다"는 서울시의 설명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평화공원의 면적이 1,727.3평으로 등의자 20개와 원형의자 4개가 배치된 작은 크기의 공원인 것을 고려할 때, 대형 조형물인 TV 음수대 배치가 과연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한편 서울시가 음수대와 관련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각 조형물에 대한 예산에 대해선 구체적인 책정을 하지 않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 에이스페이스마케팅'에 시공을 맡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음수대 조형물 별 예산에 대해 "3개 음수대 총액으로 발주한 것"이라며 "개별적인 예산은 추산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음수대 조형물 설치 이후 아리수 홍보 효과에 대한 중간 점검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설치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분석 결과는 아직 없다"면서 "내년부터는 신촌 명물거리 조형물에서 버스킹 공연을 정기적으로 하고, 음수대 홍보도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