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용인원 3,500명 캠프에 5,000명 수용…난민들 불만 가중
  • ▲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위치한 한 난민 캠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길을 피해 나온 난민 4,000여 명이 큰 혼란을 겪었다. 사진은 관련 英'BBC'보도 일부.ⓒ英'BBC'중계영상 캡쳐
    ▲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위치한 한 난민 캠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길을 피해 나온 난민 4,000여 명이 큰 혼란을 겪었다. 사진은 관련 英'BBC'보도 일부.ⓒ英'BBC'중계영상 캡쳐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위치한 난민 캠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난민 4,0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이번 화재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캠프가 전소돼 난민들은 머물 곳을 잃게 됐다.

    英'BBC', 美'CNN'등 복수의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 캠프에서 난민들끼리 충돌이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 5,000명에 육박하는 난민들이 불길을 피해 캠프를 탈출했다고 한다.

    화재 당시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으며, 결국 캠프를 모두 태운 뒤 진압됐다.

    그리스 당국은 이번 화재 원인을 방화로 보고 있다. 이에 화재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 9명을 체포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리스 국영 'ANA 통신'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하기 전 모리아 캠프 내에서는 '터키로의 난민 대량 송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고 한다. 루머를 듣고 예민해진 난민들 사이에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으며, 일부 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문제는 루머가 돌기 전부터 모리아 캠프 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리아 캠프는 적정 수용 인원이 3,500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5,000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수용돼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리스 정부의 망명 허가가 늦춰지면서 난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린 상태에서 신나치주의 확산을 목표로 하는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의 시위 조장 등이 난민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레스보스섬 주도 미텔레네에서는 지난 19일 여학생들이 민족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아 1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미텔레네市 시장에 따르면 일부 극우 시위대는 "그들을(난민) 바다에 던져버려"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고 한다.

    현재 에게 해 인근의 난민들은 유럽연합(EU)과 터키 간 난민협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발이 묶인 상태다. 그 수는 1만 3,500여 명에 이른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화재가 발생한 모리아 캠프의 난민들을 위해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여객선을 투입했다고 한다.

    소도리스 드리차스 그리스 해운장관은 "난민 가족에게 배에 승선할 수 있는 우선 순위를 부여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다른 여객선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