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정동영 등 언급 안 해…특정인 저격보다는 햇볕정책 영구 폐기에 화력 집중
  •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20일 대정부질문에서 '대북송금 등 북한 핵 개발 자금지원 책임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20일 대정부질문에서 '대북송금 등 북한 핵 개발 자금지원 책임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이른바 '대북송금 등 북한 핵 개발 자금지원 책임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국론을 하나로 모아 대응하기 위해 이제는 '햇볕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진태 의원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은 20여 년 전 이미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 담당자는 이를 무시했다"면서 "지난 5차 북한 핵실험으로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소형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이제는 정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누구 책임이냐"면서 "존경하는 추미애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햇볕 대신 강풍을 택해 그로 인해 고삐 풀린 괴물이 됐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러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들과 전 통일부 장관들의 발언들을 한 데 모았다. 이들은 발언은 하나같이 북한이 핵을 보유할 리 없다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북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는 그런 증거가 있느냐고 하더니, 2009년 2차 핵실험 다음에는 오히려 경제제재가 북한의 도발을 조장했다는 식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 김진태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 김 의원은 1998년 기자회견과 2002년 인터뷰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지적했다. ⓒ뉴데일리 DB
    ▲ 김진태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 김 의원은 1998년 기자회견과 2002년 인터뷰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지적했다. ⓒ뉴데일리 DB

    김 의원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의혹은 있으나 확증이 없는 상황이고,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는 증거가 없다. 김정일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연설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주장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뿐이 아니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은 북핵이라는 무모한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고농축우라늄이 있다는 정보도 없고 그 계획을 추진한다는 정보도 없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렇게 말하는 동안 북한은 다섯 차례의 핵실험과 39번의 미사일을 쏘았다"면서 "돌아가신 분들은 그렇다 치고, 역대 통일부 장관들은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일갈했다.

    또한 "북한이 핵 개발을 위해 최소 15억 달러를 부은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에 그런 돈이 어디있었겠느냐"면서 "1970 년에 탈북한 황장엽은 5년을 못 버틴다고 예언했다. 그조차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제사회뿐 아니라)우리도 북한을 지원해줬다"면서 "본 의원은 현금 4억 5천만 달러를 넣어서 북에 전달한 2000년 대북 송금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당시에는 법적 증거가 부족해 대북송금이 북핵개발에 사용됐다는 판단을 하지 못했지만, 핵실험을 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 환율로 계산해도 무려 5천 30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그것도 현존하는 민간기업이 부담하게 해서 정몽헌 사장이 투신자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 김진태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진태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대해 황교안 총리는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 수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판단하면 맞지 않는다"고만 했다. 정치 쟁점화 되는 것을 우려한 신중한 답변으로 풀이됐다.

    그러자 김 의원은 다시 "불법 폭력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겨우 물대포 쏜 걸로 청문회 하는 마당이다. 온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작금의 국회 사태에도 청문회조차 못한다면 문제 아닌가"라면서 "사드 배치 문제만 갖고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당시 대북 송금은 국회의 동의를 받았느냐"고 연거푸 맹공을 퍼부었다.

    아울러 1994년 5월 12일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햇볕 정책의 창시자도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을 믿자는 게 아니고 북한의 진의를 시험해보자던 거였다. 그런데 아직도 그 실험이 끝나지 않았느냐"며 "이제 대한민국이 잿더미가 돼 봐야 알겠나. 햇볕정책을 영구폐기시켜야 할 것 같은 데 총리 생각은 어떤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만일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자행하면 북 핵 시설에 대한 '즉각 원점 타격'으로 핵 능력을 궤멸시킬 것이냐고 재차 되묻기도 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특정 인물을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보다는 햇볕정책 폐기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책임소재를 따져 물으면서 정치 공세를 하기보다는 이제는 햇볕정책을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해야 국론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의미로 청문회를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 ▲ 김진태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여러차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들을 인용했지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비상대책위워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DB
    ▲ 김진태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여러차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들을 인용했지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비상대책위워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DB

    실제로 그는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을 여러 차례 거론했지만, DJ정부 당시 정부의 핵심으로 불리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동영 의원 등을 거론하지 않았다. 일부러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을 피해서 거론한 셈이다.

    대신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정권이 강풍을 택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반문하면서, 햇볕정책에 무게를 둔 반박을 펼쳤다.

    이는 안철수 전 대표 등이 최근 사드 배치에 관해 전향적 태도 보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책임은 물론 따져 물어야 하지만 그 전에 햇볕정책의 폐기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황교안 총리 역시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특정 인물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을 자제했다. 황 총리는 "시점이 오래된 것을 갖고 밝힐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현시점에서는 북핵 도발로 조성된 엄중한 안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내부 갈등을 극복하고 정부를 중심으로 단합된 힘 보여줄 때"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