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언론 "핀란드 비경쟁·평등교육, 황금시대 끝났다" 냉정한 평가
  • ▲ 조희연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조희연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조희연 교육감이 18일부터 26일까지 덴마크와 핀란드의 교육기관 및 현장을 방문해 '평등 교육'의 경쟁력을 탐구할 방침이다. 덴마크와 핀란드 교육상황을 종합해 볼 때, 조희연 교육감이 보게 될 북유럽의 교육 풍경은, '학생 다양성 개발'의 중요성이나 '평등교육의 한계'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번 방문을 통해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이 지닌 교육제도의 강점과 운영 방식 등을 열심히 배우고 탐구해 서울교육 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유용한 참고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방문 목적을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될, 덴마크와 핀란드의 교육정책은 어떤 모습일까. 


    ○1년 학비가 최고 9백만원… 덴마크 '애프터스쿨' 

  • ▲ 오마이뉴스 김정희 기자가 덴마크 학교 탐방 후 지난 8월 31일 올린 '중3후 자유학년 1년, 덴마크가 부럽다' 기사 내용 일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캡쳐
    ▲ 오마이뉴스 김정희 기자가 덴마크 학교 탐방 후 지난 8월 31일 올린 '중3후 자유학년 1년, 덴마크가 부럽다' 기사 내용 일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캡쳐


    조희연 교육감은 19일 덴마크 바우네 호이(Baunehøj efterskole) 애프터스쿨을 방문해 교사, 학생들과 좌담회를 갖는다.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덴마크의 교육을 관찰하고 교육 시스템을 알아보는 게 이번 좌담회의 목적. 

    1년 과정의 기숙형 자유학교인 덴마크 '애프터스쿨'은 학생들이 공립기초학교를 졸업하고 인문계 고교나 직업학교로 진하기 전에 거칠 수 있는 사립학교다. 

    덴마크에는 248개의 애프터스쿨이 있는데 덴마크의 10대 중 20% 정도만이 이 과정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프터스쿨은 각 학교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 학교 방침에 따라 '직업학교'의 성격을 띨 수도, 국·영·수를 강조하되 체육·음악·미술 등 예체능 비중을 늘릴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애프터스쿨 학생들이 1년간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호평을 받는 덴마크 애프터스쿨 운영의 비밀은 바로 고액의 학비에 있다. 애프터스쿨 사립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학비의 60%를 부담함에도 불구, 학부모가 (각자 수입에 따라)적게는 1년에 6백만원에서 최고 9백만원까지 내야 한다.

    지난 8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7박 9일의 '덴마크 학교' 탐방을 다녀온 오마이뉴스 기자의 8월 31일자 <중3 후 '자유학년' 1년, 덴마크가 부럽다> 기사에서 이같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 ▲ OECD국가에서 줄곧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 상위권을 지키던 핀란드는 2012년 큰 폭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교육과정평가원 자료
    ▲ OECD국가에서 줄곧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 상위권을 지키던 핀란드는 2012년 큰 폭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교육과정평가원 자료

    ○기초학력 나날이 떨어지는 핀란드, 방문 목적은? 

    한때 한국에서 핀란드 교육 '붐'이 일었다. 한국이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며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반면, 핀란드는 '평등과 협동'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을 앞서고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사(PISA)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5세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과학 등의 성적을 측정한 평가표다. 3년 마다 한 번씩 발표된다. 

    핀란드는 매년 상위권을 지켜오다 2012년 순위권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당시 수학, 읽기, 과학 3개 분야가 각각 12위, 6위, 5위를 기록했다. 2015년 PISA에서 한국은 종합 평가 3위로 상위권을 지켰지만, 핀란드는 6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핀란드 교육이 추락한 원인을 두고 경제 위기로 인한 '교육 재원' 부족과, 최정상이라는 자만에 빠져 '교육 개발'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핀란드의 교육개혁가 파시 살베리도 '재원 부족'과 더불어 "핀란드 교육시스템은 노키아의 오류를 범했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혁신을 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경쟁 상대가 사라진 핀란드는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시험 없는 학교, 짧은 수업과 긴 방학, 비경쟁과 학생 친화적 교육 정책에만 신경을 썼던 핀란드 교육의 현 주소다. 

    핀란드 자국 언론도 핀란드의 공교육을 바라보며 "황금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평등'을 방패삼아 비경쟁, 무상교육 정책을 들고 나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 ▲ 저스트에드'JUSTED'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교 내 동성애자' 관련 세미나. ⓒJUSTED 홈페이지 캡쳐
    ▲ 저스트에드'JUSTED'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교 내 동성애자' 관련 세미나. ⓒJUSTED 홈페이지 캡쳐

    헬싱키대학교에서 열리는 노르웨이 연구기관 'Nord Forsk'이 설립한 '저스트에드(JUSTED)' 학회 세미나 주제가 조 교육감의 구미를 당겼을 가능성도 있다. 

    조 교육감이 23일 참석하는 저스트에드 세미나는 △교육정책 및 거버넌스, △학교 내 소수 및 소외학생에 대한 학교와 교사의 역할, △학교 내 다양성, △지식 생산 및 지식의 정의,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의 방향 등 5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학교 내 소수 및 소외학생'이란 주제가 학생인권조례안 등을 만들어 학생 차별 금지를 주장하는 조 교육감 눈에 들어왔을 수 있다. 

    서울교육청은 "큰 주제는 알지만 세부 내용까지는 모른다"며 세미나에서 다루게 될 소외학생이 누군지에 대한 설명을 미뤘지만, '동성애' 학생을 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스트에드(JUSTED)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저스트에드가 동성애자 학생 성적 차별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태그에도 '성소수자'라는 단어가 올라와 있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의 덴마크 핀란드 방문 일정이 지난 8월 '오마이 뉴스' 오연호 대표가 떠난 7박 9일의 덴마크 견학과 겹치고 있어, 이를 모방한 창의성 없는 일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연 교육감이 방문하는 류슨스틴 학교,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 등은 오연호 기자가 덴마크 견학 여행 때마다 들린 코스다. '바우네호이'는 오연호 대표가 2015년 방문한 곳이며, 오 대표는 지난 8월 ‘류슨스틴’학교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