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적통 강조하는 박지원·안철수와 함께할지, 독자세력화 걸을지 행보에 촉각
  •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3일 목포 이난영가요제가 파한 뒤, 인근 식당에서 열리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 지지자 모임에 참석해 건배사를 한 뒤 손학규 전 대표의 잔에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3일 목포 이난영가요제가 파한 뒤, 인근 식당에서 열리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 지지자 모임에 참석해 건배사를 한 뒤 손학규 전 대표의 잔에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정계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까지의 손학규 전 대표와 관련된 각종 보도는 손 전 대표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아닌 독자세력화를 통한 '제3지대'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전 대표가 더민주 당적을 유지한 채 정계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 본인은 아직 명확한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대중(DJ) 정신' 계승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어느 곳보다 손학규 전 대표 영입에 열심이었던 국민의당에 '전격' 입당할 여지도 남아있는 셈이다. 


  • ▲ 지난 3월 무소속이던 박지원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국민의당 입당 결정을 발표하자 당 지도부가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지난 3월 무소속이던 박지원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국민의당 입당 결정을 발표하자 당 지도부가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DJ정신 계승한 '후계자' 찾아라 

    국민의당은 DJ정신의 적통(嫡統)임을 자임하고 있다. 

    지난 3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정계 입문부터 DJ와 발걸음을 나란히 한 권노갑 전 상임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지난달에는 당 차원에서 DJ 서거 7주기 행사들을 개최하는 등 더불어민주당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DJ 적통 논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당은 DJ와 함께했던 인사들을 대거 보유하며 당 차원에서의 DJ 정신 계승은 이룬 듯싶다.

    하지만 진정한 계승은 후계자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법. 그래서인지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부터 꾸준히 '뉴DJ' 발굴에 나섰다. 

    지난 1월 천정배 전 상임공동대표는 앞서 자신이 이끌던 국민회의와 국민의당이 통합할 당시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 내가 '뉴DJ'라고 표현해 온 인물들을 공천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천정배 전 대표의 '뉴DJ 플랜'은 경선 후보자 결정 과정에서 천 전 대표와 뜻을 함께했던 인사들이 대부분 탈락하면서 일단은 무산된 듯 하다.국민의당은 DJ정신을 계승한 정치 신인(新人) 발굴하는데 난관에 부딪히면서 이후 손학규 전 대표 영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걸으며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걸으며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손학규, 20년 전 DJ와 행보는 비슷한데…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달 7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전남 신안 하의도 DJ 생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손학규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이미 40~50년 전에 말씀하신 선각자이자 선지자"라며 "김대중 선생의 정신은 우리에게 굳건히, 시퍼렇게 살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어렵고, 남북관계는 완전히 절벽에 서 있는데, 미래를 보는 미래정치, 미래를 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계은퇴 시절 당시에도 DJ 생가를 방문했던 점을 언급하며 자신의 'DJ 행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손학규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 전남 강진에 칩거했다.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선 손학규 전 대표는 이후 카자흐스탄, 러시아, 일본 등 해외를 돌면서 남북관계 및 통일 관련 주제로 강연 활동을 펼쳤으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가 20년 전 마찬가지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유럽을 순회한 뒤 복귀한 DJ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정치 환경도 당시와 유사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하던 당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북핵위기'가 촉발되던 시기였다. 1996년 15대 총선에선 신한국당과 자민련, 새정치국민회의의 3당 체제가 구축됐다.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를 앞둔 지금 북한은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20대 국회는 국민의당이 38석을 확보하면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3당 체제로 안착했다. 

    차이가 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것과 달리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비대위원장 등이 손학규 전 대표 영입에 직접 나서고 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자신의 비대위원장직까지 내줄 수 있다는 등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문병호 전략기획본부장, 김영환 사무총장 등이 지난달 21일 손학규 전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문병호 전략기획본부장, 김영환 사무총장 등이 지난달 21일 손학규 전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손학규 자리 만들기 전념 

    국민의당 지도부는 제3지대 정계개편론의 중심에 국민의당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당내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외부인사를 영입해 대선 경선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앞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 한 사람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우리가 문지방을 확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외부인사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양보해 대선 경선 틀과 규정을 직접 만들 기회를 주고자 했다. 동시에 당헌당규 조정을 통해 당권·대권 분리기간을 6개월로 줄이는 안(案)을 제안했다. 

    손학규 전 대표로선 약 10개월간 비대위원장을 수행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안철수 전 대표에 비해 지지세력이 부족한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는 평가다. 

    당 내부에서도 '안철수 사당화' 논란을 최소화해 손학규 전 대표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유성엽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제3지대론이 의미를 가지려면 안철수 대표께서도 마음을 좀 폭넓게 가져야 한다"며 "나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면 제3 지대론도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진 의원은 지난 8일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내부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장악력이 최소한 호남에서는 그렇게 높지는 않다"며 "손 전 대표가 입당했을 때 활동할 공간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5·18 민주화운동 행사에서 분향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5·18 민주화운동 행사에서 분향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결단 못 내려 실기(失機)했던 손학규… 이번에도? 

    손학규 전 대표는 정치적 결단을 내림에 있어서 한 박자씩 늦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둘 중 한 곳의 지원 요청만 받아들였어도 지금보다 정치적 입지가 훨씬 넓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 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해 "매사에 한 템포 늦는 것 같다"며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의원은 "손학규 전 대표는 재보선에 실패하신 후에 강진 내려갈 때 (더민주) 당적을 정리해버렸어야 했다고 본다"며 "2015년 늦가을에 손 전 대표가 창당을 좀 앞서서 했으면, 그리고 총선 때 우리 국민의당에 힘을 실어줬으면 또 한 번 기회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1월 손학규 전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가를 지키면서 정계 복귀를 앞둔 '빈소 정치'라는 말도 나왔다. 칩거하던 전남 강진 토굴에서 오랜만에 나오면서 정치적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는 "전남 강진에 가서 청산별곡을 다시 읽으려고 한다"며 토굴로 돌아가면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한 오랫동안 군불만 지펴왔다는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정계복귀의 명분과 방식을 찾다가 또다시 실기(失機)할 경우 대권에 도전조차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뉴시스 사진DB

    ◆ '3지대론' 중심에 선 손학규… 이젠 결단 내려야 

    손학규 전 대표는 이른바 '제3지대론'의 핵심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와 국민의당, 더민주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문(非문재인) 인사, 그리고 새누리당의 비박(非朴) 주자 등이 모여 제3세력화를 모색할 것이란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제3지대의 기반을 어디로 삼을지를 놓고는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손학규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를 통해 친문(親문재인) 지도부를 구성한 더민주로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신 손학규 전 대표는 전대 당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만났다. 지난달 28일에는 대권출마를 공식 선언한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는 등 국민의당으로의 입당 가능성을 키웠다. 

    그렇다면 손학규 전 대표의 발걸음은 국민의당으로 향할까. 

    손학규 전 대표로선 이번 자신의 거취 결단이 사실상 마지막 대권 도전 기회인만큼 어느 때보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안철수 전 대표 중심의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자칫 대권 경쟁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38석의 국민의당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다만 국민의당은 아직까지는 손학규 전 대표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추석이 지나면서 손 전 대표 영입에 앞장서온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대선정국이 다가올수록 국민의당 내부에서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DJ의 길을 걸어온 손학규 전 대표로선 DJ정신 적통임을 강조하는 국민의당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스스로 창당을 할 것인지 이제는 선택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