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말 오갔지만…함께 추석 밥상민심 선점-체급 올리는 효과 기대
  • ▲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 그는 '모병제'를 주장하면서 대선 행보의 신호탄을 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 그는 '모병제'를 주장하면서 대선 행보의 신호탄을 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최근 '모병제'를 주제로 연신 수위 높은 공세를 주고 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두 사람이 추석 밥상민심을 노린 화두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모병제'라는 거대 담론을 가벼이 다루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지난 5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병제희망모임 제1차 토크 콘서트'를 통해 모병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남 지사는 이 자리에서 "2025년 전후로 인구절벽이 도래하면 50만 이상의 병력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모든 인적자원을 동원하고 복무 기간을 다시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30만 명 규모로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위한 모병제를 대한민국 리빌딩의 필수 아젠다로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유승민 의원이 다음 날 반박에 나섰다. 유 의원은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강연에서 "남 지사의 의견은 국민의 상식과 평등에 대한 욕구 때문에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 못 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가난한 사람들만 입대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경필 지사도 이에 질세라 유승민 의원을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면서 "정의의 독점은 전체주의의 시작이다. 히틀러도 자신은 정의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유 의원을 히틀러에 비유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대립각이 형성한 이유에 대해 우선 남경필 지사가 먼저 내년 대선을 향한 행보의 목적으로 '모병제'를 화두로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밥상머리 민심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박한 유승민 의원 역시 차기 대선후보 주자로서 자신의 보수색채를 선명 화하기 위해 남 지사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이 남 지사와 의도적으로 각을 세움으로써 서로 험악하게 싸우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짧게 보면 추석 밥상민심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길게 보면 서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함께 체급을 올리는 윈-윈 구조를 형성했다는 뜻이다.

  •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주고받고 있는 '모병제' 논의에 대해 "서로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김영우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주고받고 있는 '모병제' 논의에 대해 "서로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김영우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다만, 변화하는 안보환경과 출산율 등 자국의 형편에 따라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모병제' 문제가 자칫 두 사람의 대립 속에 일회성 불쏘시개 카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를 이끌어갈 후보들은 서로서로 존중했으면 좋겠다. 상대방의 정책을 부정의로 낙인찍거나 상대방을 나치에 비유한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나"라면서 "국민은 정책과 전투력보다는 늘 인격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우리 정치권이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젊잖게 꾸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