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 지난 7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관련, 中 패소결정...억지로 될 일인가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현지시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현지시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남중국해 분쟁 사태를 언급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8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중재재판 판결을 계기로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는 그간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관련 합의와 비군사화 공약,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비군사화 공약이 지켜지는 가운데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중립을 지킨 모양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중재재판 판결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지난 7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판결 직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 지도부가 직접 나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반면, 미국 측은 PCA 판결의 법적 구속력을 강조했다. 벤 로즈 NSC 부보좌관은 워싱턴 시내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분명한 점은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는 PCA의 결정이 나온 이후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그만큼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北核) 문제에 있어서도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면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북한의 비핵화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아세안 정상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리 결의 2,270호를 강조하면서 "북한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 온 아세안 국가들의 분명한 말과 행동이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확고한 의지를 인식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들은, 안보 문제 만큼은 북한을 두둔하며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대중(對中) 외교에 있어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 추가자유화와 RCEP 협상에 박차를 가해 교역과 투자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은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응하는 중국 주도의 경제블럭으로 우리나라와 아세안 가입국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더욱 강화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경제협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