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사드는 순수한 방어 체제", 朴대통령 "무모한 도발은 자멸을 초래"
  •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데일리
    ▲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사드(THAAD)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순수한 방어 체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한-미(韓美) 정상은 또 북핵(北核) 미사일 문제에 중국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건 중국 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북한의 자칭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핵(北核) 불용 원칙을 확인했다.

    오로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만 북한을 감싸며 국제사회와 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의 핵(核)을 이용해 패권을 쥐려는 의도다.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패권 구상 탓에 주변국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세안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오후 현지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北核)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조를 강조했다.

    회담은 오후 6시 10분에 시작해 50분 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동맹국들과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드는 순수한 방어 체제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

    "미국은 한국의 대북 방어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밝히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한국의 위협일 뿐 아니라 동맹국과 미국에 대한 위협이다.

    최근 우리는 함께 (한-미) 동맹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떠한 위협에 대해서도 방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가장 최근의 유엔 제재조치,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제재조치의 빈틈을 메우고 더욱 효과적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저는 한-미 뿐 아니라 전 국제사회가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준수를 요청할 것이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지 않으면 더욱 더 고립될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공격적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북한의 현 행동은 대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니다. 미국이 선호하는 행동이 아니다.

    우리는 최근의 도발에 대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고 북한의 계속적인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중국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와중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러한 발사는 도발적이고 국제 의무를 침해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한국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이 지역 다른 동맹국과 미국에도 위협이 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건네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전날 시진핑 주석 앞에서 "나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걱정하고 있다"고 외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보다 한층 구체화된 메시지로 해석됐다.

     

  • 아세안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6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비엔티안의 랜드마크호텔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아세안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6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비엔티안의 랜드마크호텔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모든 수단을 다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 두 정상은 사드 배치를 포함한 연합 방위력 증강과 확장억제를 통해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해나갈 것이다.

    오늘 오바마 대통령께서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공약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고 한반도는 물론 역내 평화와 번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억지하기 위해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한-미 양국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과 함께, 제재 이행에 있어 구멍을 더욱 촘촘히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은 어제 또 노동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와 같이 무모한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자멸을 초래하는 길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대북 제재의 효과적 이행이나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 한-미 양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측과도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조야(朝野)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사의를 표하면서 "9월 4일 발효된 국내의 북한 인권법을 토대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은 통일을 향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며, 통일은 북한 주민도 동등하게 대우받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양국 관계의 토대가 더없이 공고함을 확인할 수 있었음을 뜻깊게 생각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동맹을 위한 비전과 리더십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연일 각을 세우는 탓에 한-미(韓美) 양국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지난 4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杭州)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홀대를 받았고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도 오갔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측은 오바마 대통령을 태운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이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했음에도 이동식 계단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이용하는 앞문이 아닌 중간 출구를 통해 전용기 자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심지어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측이 설정한 저지선을 넘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가려다 현지 관계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중국 측 관계자들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라고 화가 났다"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하는 순간을 찍기 위해 백악관 출입 카메라 기자들이 자리를 잡았을 때도 중국 대표단 가운데 한 명이 기자들에게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측의 푸대접에도 불구하고 "의전 갈등을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여유 있는 인사를 건네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