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모두발언서 잠잠하더니 비공개 회의 시작되자 오바마에 한 말 똑같이
  • 4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4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북한 편에 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정부가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한 이후 처음 열린 한-중(韓中) 정상회담에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항저우(杭州)의 서호 국빈관에서 만나 46분 간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해당 논란을 의식한 듯, 사드 배치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었다.

     

    <시진핑 주석, 韓中 정상회담 모두발언 전문(통역에 기초)>

    대통령님 다시 만나 뵙게 돼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님께서 항저우에서 오셔서 G20 정상회의 참석한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대통령님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항저우는 한국과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1930년대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3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그때 당시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께서 저장성에서 투쟁을 하셨고, 중국 국민들이 김구 선생님을 위하여 보호를 제공했습니다. 김구 선생님 아들인 김신 장군님께서 1996년에 항저우 저장성 옆에 있는 하이옌 도시를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飮水思源) 한중우의(韓中友誼)라는 글자를 남겼습니다.

    대통령님 지금 국제정세가 아주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이고 세계경제 회복세가 전체적으로 약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요소가 증가되고 있습니다. 중-한 양국 간 가까운 이웃으로, 공동 이익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정치적인 협력 기초를 소중히 여기며,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고 중-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하며, 지역-세계의 평화 발전을 위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박 대통령님과 중-한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 균형적 성장을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를 위해서 필요한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로 한중관계 발전에 도전 요인이 되고 있지만, 저와 우리 정부는 한중관계를 중시하면서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진지한 소통을 통해서 (북한의) 이번 도전을 오히려 양국 관계를 더욱 탄탄하게 도약시키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시진핑 주석의 입장이 돌변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한중관계 도약의 기회로 만들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은 8번째이자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회담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우리 정부는 누차 사드 배치가 국가생존차원의 자주적 조치임을 강조하며 중국 측을 설득해왔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사드 배치)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분쟁을 격화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하고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으로 냉기류가 계속될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한-미(韓美) 대 북-중(北中)'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는 달리 러시아는 북한 두둔에 있어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지난 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렸던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핵(北核) 문제와 관련해 "우리 두 나라는 평양의 자칭 핵 보유 지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경제협력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러) 회담에서 두 정상은 사드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의 전략적 안전 문제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가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