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램' 전설 완성... 인내 또 인내로 올림픽마저 평정손가락 부상으로 대회 직전까지 고심..연습경기서 '홀인원', 금메달 예고


  •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고, (경기 출전이)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모든 걸 이겨내고 얻은 우승이라서 더 기쁘고 값진 것 같습니다.


    21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4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올림픽에 나가는 게 옳은 일인지 고민을 하다 용기를 내서 출전했는데 생각보다 비난을 많이 받았다"며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결과까지 따라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인비는 불과 2개월 전만해도 올림픽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였다. 시즌 개막전에서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경기를 포기한 박인비는 이번엔 왼쪽 엄지손가락이 말썽을 일으켰다.

    경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엄습해왔지만 박인비는 이를 악물고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하지만 정신력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부상 여파로 중도 포기를 선언한 대회가 3차례나 됐고, 두 대회에선 '컷 탈락'의 굴욕을 겪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5월 열린 볼빅 챔피언십 1라운드에선 '12오버파'로 곤두박질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박인비는 US여자오픈과 인터내셔널 크라운,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 연속 불참하며 몸 추스르기에 나섰다. 자연스레 올림픽 출전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 랭킹 5위로 한국 선수 중에 가장 순위가 높았던 박인비는 자동 출전권이 주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박인비는 "올림픽은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경기"라며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말로 출전을 양보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제가 어느 정도는 정상적인 골프를 칠 수 있는 상태여야 올림픽에 나가는 의미가 있는데, 결정을 내리기가 굉장이 어렵습니다.


    고심을 거듭하던 박인비는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복귀한 골프 경기에 출전하기로 결정했다. 대회를 쉬는 동안 컨디션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린 박인비는 '이 정도면 해볼만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지난 5일 컨디션 점검 차 출전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컷 오프'를 당하면서 박인비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잠자코 지켜보던 팬들도 하나둘 "이러다 박인비가 후배 앞길을 막는 거 아니냐"며 쓴소리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악재가 이어졌지만 박인비는 '이번엔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되뇌었다. 자신의 우상 박세리 감독이 "결과에 부담 갖지 말고, 다치지만 말자"고 격려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무한한 정신력으로 재무장한 박인비는 리우에 도착해 가진 연습 경기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대반전'을 예고했다.

    대회 첫날 버디 5개를 몰아치며 공동 2위로 점프한 박인비는 2라운드부터 신기에 가까운 퍼팅 실력을 과시하며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가 생애 첫 홀인원까지 기록하며 박인비를 맹추격했으나, '제대로' 탄력 받은 박인비를 꺾을 순 없었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리디아 고를 5차 타로 제치고 우승한 박인비는 이로써 4개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무대까지 모두 평정한 유일무이한 골프 선수가 됐다.

    골프가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탓에 역사상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이번 리우올림픽 남자 골프에서 우승을 차지한 영국의 저스틴 로즈는 메이저 우승을 한 번 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향후 박인비가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에게는 '골든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긴 닉네임이 붙게 된다. 이 역시 박인비가 역사상 최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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