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北 체육과학연구소 개발…인민군 소속 선수는 11호 병원서 제공”
  • 2008년 8월 中베이징 올림픽 남자 사격 5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김정수 선수는 이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왔다. 사진은 당시 시상식 모습. ⓒKBS 2008년 中베이징 올림픽 중계영상 캡쳐
    ▲ 2008년 8월 中베이징 올림픽 남자 사격 5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김정수 선수는 이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왔다. 사진은 당시 시상식 모습. ⓒKBS 2008년 中베이징 올림픽 중계영상 캡쳐


    북한 김정은 집단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정체불명의 약물’을 제기한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현재 열리고 있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는 도핑 테스트를 했으므로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만약 김정은 집단이 北대표 선수들에게 도핑 테스트로 검출되지 않는 ‘금지약물’을 먹였다면 어떻게 될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2일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운동선수들에게 ‘피로회복제’나 ‘영양제’라며 제공하는 약물이 실제로는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금지약물들”이라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평양의 체육 관련 소식통을 인용, 北체육성 산하 체육과학연구소가 평양 보통강 구역 대타령 2동, 서성구역에 운동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약물을 생산하는 공장을 두고 있으며, 약물은 ‘피로회복제’와 ‘영양제’로 표기돼 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운동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약물은 舊동독, 러시아, 영국 등에서 도입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체 생물학적 연구를 거쳐 운동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약품”이라면서 “이 약품에는 피로회복제, 영양제 외에 흥분제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당국이 선수들에게 꾸준히 제공하는 ‘스포츠 음료’는 종합비타민과 철분 같은 영양제가 다량 포함되었다고 하지만 선수들과 체육계 관계자들은 금지약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일부 선수들은 건강을 우려해 당국이 제공한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선 복용했다고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또한 “군인 신분 선수인 ‘4.25체육단’ 선수들에게는 인민군 11호 병원에서 생산한 약물을 투약한다”면서 “돈 많은 일부 주민들이 이 약의 효능에 현혹되어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또한 北국가대표 선수였다가 해외로 탈출한 한 탈북자를 인용, 여러 명의 北국가대표 선수들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08년 中베이징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부문의 김정수 선수,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 축구선수 송정순, 정복심 등 5명, 2014년 카자흐스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의 김은주, 이정화 등이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바 있으며, 북한에서 ‘역도영웅’으로 알려진 김은국의 경우 2015년 11월 美역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은메달 각 1개씩을 땄지만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자격정지 및 메달 박탈을 당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체육강국’을 목표로 운동선수들을 몰아세우는 김정은의 경우에는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는 금지약물’을 개발해 선수들에게 사용하라고 강요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과거 냉전 시절 동독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복용했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경우 1970년대 이후에야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김정은 집단은 현재 평양 ‘여명거리’를 건설하는 단련대(근로자 부대)에도 마약을 주면서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 이들에게 주는 마약에는 흥분제 성분이 들어 있어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한 줄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기간 마약에 취해 일하다 결국 쓰러져 죽는다고 한다.

    김정은이 북한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약하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의 형 김정철의 ‘마약중독’ 경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생전에 김정철에게 “기집애 같다” “소심하다”며 “남자답게 행동하라”고 자주 꾸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철은 김정일의 꾸지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지만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자 스테로이드 제재를 복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의 지도나 처방도 없이 먹은 스테로이드는 큰 부작용을 가져왔고, 이때 김정철의 ‘고통’을 덜어주려던 의사가 준 마약에 중독된 적이 있다. 김정철의 마약 중독을 알게 된 김정일은 그를 ‘후계구도’에서 제외시키고, 3년 이상 평양 인근의 병원에 비밀리에 수용해 중독을 고친 바 있다.

    이처럼 친형이 마약에 중독됐다 회복된 모습을 본 김정은에게 ‘백두혈통’도 아닌 일반 주민들의 건강이 소중하게 여겨질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북한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은 거두면 ‘노력영웅’으로 대접 받지만 성적이 나쁠 경우에는 사상검토는 물론 심지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김정은 집단이 주는 금지약물을 거절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소식통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