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 하면, 초등학교 학동들도 이렇게 대답한다.

    "유관순 누나-언니 죽인 나라요."

    맞다. 
    일본은 그래서 그 어린이들에겐 '왕년에 우리나라를 빼앗았던' 나쁜 역사를 뒤로 한 나라였다.  
    이로 인해 우리 안의 대표적 고위 친일파는 더욱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여기서 중국이라 함은 한족(漢族)의 제국, 만주족의 제국, 거란의 제국을 말한다.
    그 제국들은 번갈아가며 고조선, 고구려, 백제, 발해, 고려, 그리고 조선을 침략하고 괴롭혔다.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일제 36’년에는 이를 갈면서도 ‘중화 패권주의 수 천 년’에는 별로 절치부심(切齒腐心) 하지 않는다.
    왜일까?
    해괴한 노릇이다.
    무슨 진통제를 먹었기에 이럴까?

    따지고 보면 우리 조상들에 대한 중원(中原) 제국의 횡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백제, 고구려가 당(唐)에 망했을 때 보장왕, 의자왕 그리고 수많은 유민들은 포로로 끌려가 노예가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바빌론 유수(幽囚)’가 꼭 그랬을 것이다.
    청(淸)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때 우리 백성들을 잡아 묶어 ‘죽음의 행진’을 시키면서 때리고 굶기고 죽이고 부녀자들을 욕 뵈고 첩으로 삼았다.
    살아서 압록강을 넘은 사람들은 돈을 받아야 풀어주었다.
    ‘노예상(奴隸商)’이었다.
    조선조 말에 총독으로 한양에 주둔했던 원세개란 20대 청국 x은 조선 왕궁에 감히 말을 타고 들어와 행패를 부렸다.

    요즘도 공산당 중국의 어용 ‘말꾼’들과 ‘글쟁이’들은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한국에 대해 무력타격을 협박하는 등 원세개 쏙 빼닮은 깡패 짓들을 하고 있다.

    왜 저희들과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우리에게 겨누고 있으면서 우리는 그에 대해 핵-미사일은 고사하고 방어용 무기도 가지면 안 된다고 행패인가?
    중국이 무지막지하단 소리는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후흑(厚黑, 두껍고 시커먼)인 줄은 미처 몰랐다.
    도대체 상호성이라는 게 없지 않은가?

    문제는 중원 제국이 이럴 때마다 우리 내부엔 어김없이 내통자들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고구려가 망할 때는 연개소문의 장남 연남생이 두 동생들에게 쿠데타를 당한 데 앙심을 품고
    적국인 당(唐)에 넘어가 부역을 하고, 평양성이 포위당했을 때는 성(城) 안의 반역자로 하여금 성문을 열게 해 제 나라를 망하게 했다.

    고려 때는 홍대순, 홍복원, 홍다구 3대가 원(元)에 붙어먹어 원이 쳐들어 올 때마다 길 안내를 하고, 고려의 왕을 괴롭히는 등 몽골군보다 오히려 한 술 더 떴다.
    홍대순은 핏줄 상으론  중국계인데 그 조상이 신라에 귀화했다.
    몽골군이 쳐들어오자 지방 사령관이었던 그는 투항해 그 앞잡이가 되었다.
    그 아들 홍복원은 몽골군의 안내 꾼 노릇을 하며 더럽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일생을 살았지만, 죽을 땐 원나라 황제의 미움을 사 밟혀죽었다.
    3대 째인 홍다구는 고려로 하여금 일본 정복에 나서도록 고려왕에게 이래라 저래라, 온갖 횡포를 다 부렸다.

    이런데도 친일파만 민족반역자이고 친중파는 민족반역자가 아닌가?
    연남생, 홍대순, 홍복원, 홍다구가 이완용보다 난 게 뭔가?
    한말 때의 친중파가 친일파 못지않게 얼마나 미웠으면 개화파이자 독립협회 회원이었던 서재필이 지금의 서대문 밖에 있던 모화관(중국 천자의 칙사를 영접하던 집)을 헐고 독립문을 세웠겠는가?

    대한민국 1세대 지도자들은 우리가 일본제국주의에서 해방되면 존명사대(尊明事大, 대국 중국을 섬긴)의 조선왕조로 되돌아가거나, 당시 유행이던 사회주의-공산주의 혁명으로 가거나, 파시스트 독재로 가거나 해선 안 되고, 오직 자유-민주-공화-만인평등-시장-개방-문명개화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시아 대륙과 일본열도의 봉건주의-절대왕정-천황제 파시즘-볼셰비키 독재가 아닌, 서방 자유민주주의 근대문명과 접목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세웠고, 대한민국 68년사는 대 성공작이었다.

    이 성공작이 지금 중국 공산당 독재, 전체주의, 패권주의, 무력 알통 앞에서 굴종을 강요받고 있다.
    이런 엄중한 사태 앞에서 우리 안에 다시 현대판 연남생과 홍대순-홍복원-홍다구가 나오지 않으란 보장이 과연 있을까?
    없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