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안 해도 30일 구금, 사립학교 및 대학 1,043곳, 병원 등 민간협회 및 재단 1,229곳 폐쇄
  • 세계 주요 언론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이어 초법적 조치를 담은 '칙령'을 발표하자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英인디펜던트 관련보도 화면캡쳐
    ▲ 세계 주요 언론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이어 초법적 조치를 담은 '칙령'을 발표하자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英인디펜던트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5일(현지시간) ‘6시간 쿠데타’를 진압한 에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슬슬 ‘독재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타임 오브 이스라엘’, ‘알 자지라’, AFP 등 주요 외신들은 23일(현지시간) 자정을 기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칙령’에 따라 2,340곳의 민간기관이 폐쇄되고, 다양한 초법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첫 칙령으로 용의자 또는 파의자를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구금하는 기간을 기존의 48시간에서 30일로 연장한다고 선포했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 등의 ‘테러방지법’에서 테러조직원들에게 적용하는 수준의 기본권 제한으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터키 국민들을 ‘테러조직원’으로 취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신들은 또한 터키 전역의 민간 기관 2,340여 곳이 강제 폐쇄됐다고 전했다. 사립학교, 대학 등 교육기관 1,043곳, 병원을 포함한 비영리 민간단체와 민간협회, 재단법인 등 1,229곳, 노동조합 19곳, 의료기관 35곳이 에르도안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페툴라 귈렌과 연관되었다는 혐의로 강제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군 수뇌부 교체에 이어 2,500여 명에 이르는 대통령 경호대도 해산키로 했다”고 전했다. 250여 명의 대통령 경호원이 이번 쿠데타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어 이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터키 정부가 언론에 밝힌 구금자 수는 1만 3,002명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는 장성급 장교 120명을 포함한 군인 8,831명, 경찰 1,329명, 판사 2,100명, 검사 689명이 포함돼 있다. 쿠데타 이후 직위해제된 공무원은 4만 5,000명을 넘었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가 곳곳에 스며든 (쿠데타) 바이러스를 전부 소탕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쿠데타와는 사실 관련도 없는 민간 봉사단체와 NGO, 학교, 노조 등을 폐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념을 가르치는 불순세력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자신의 경쟁자인 페툴라 귈렌이 주장해 왔던 ‘히즈멧 운동’을 체제전복을 기도하는 테러조직과 관련이 있다면서, 여기에 관련됐거나 의심되는 사람들을 무차별 구금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외신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주장을 거의 믿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들 또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이후 조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칙령’ 발표 등 그의 조치가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이 1979년 무슬림 혁명 이후 바뀌어가는 모습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1979년 2월 무슬림 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조를 축출한 뒤 '신정일치 국가'로 바뀌었다. 이후 2015년 '이란 핵합의'를 할 때까지 36년 동안 이란은 쇄국 정책과 반서방 정책으로 퇴보를 거듭했다.

    이란은 무슬림 혁명 과정에서 "서방 문물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로 대통령 경호실은 물론 군대를 해체하고, 대신 이슬람 혁명 수비대를 통해 나라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