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서도 한몸 던지는 모습… 朴정부 성공 바라는 당원 표심 자극할까
  •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9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9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현 여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 당대표를 노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3선·전남 순천)이 8·9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정현 의원은 당청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비판을 에둘러 피해가는 등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감싸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최경환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으로 갈 곳 잃은 친박(親朴) 성향 대의원~책임당원들의 표심을 끌어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정현 의원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를 연이어 두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준 전라남도 순천시민들의 엄중한 명령"이라며 "당대표가 돼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통틀어 호남 출신 당대표가 선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정현 의원도 이날 이와 같은 차별성을 적극 부각시켰다. 그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있지만 호남 출신 이정현은 새누리당에서 무(無)수저로 여기까지 왔다"며 "거기에서 나온 의지로 이번에 당대표가 돼서 새누리당을 확실히 바꿔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호남에서 나오면 그 정치적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당세(黨勢)가 약한 호남에서 당대표가 선출되면, 경우에 따라 내년 12월에 치러질 대선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호남의 당세가 약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게 당권 레이스에서는 약점이다. 호남 지역의 책임당원 숫자를 모두 합해도 대구·경북 지역의 하나의 당협위원회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여, 여전히 새누리당 내에서 강한 지분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친박 성향 선거인단의 표심에 호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출마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당청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정현 의원은 "당청이 됐든 당내가 됐든 21세기 지금 이 시점에 수직·하향식이라는 관행이 있다면 그러한 부분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애매하게 비껴갔다.

    딱히 당청 관계를 꼬집어 수직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구체적인 시정 방법도 제시되지 않아 재차 질문이 나왔지만 이정현 의원은 "어떤 누구보다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당대표가 되면 20대 국회 기간 내에 고쳐나갈 것" 정도로만 답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8·9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마친 직후, 국민과 당원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8·9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마친 직후, 국민과 당원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8·9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많은 후보들이 수직적 당청 관계를 문제삼고 이를 수평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김용태 의원은 "당청 관계가 예전처럼 수직적 관계로 원만한 게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한 오산"이라고 했고, 정병국 의원도 "당청 관계에서는 당이 당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영 의원도 "당청은 수평적 관계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으며,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강석호 의원은 "그동안 청와대가 새누리당과 당청 관계를 수직적이고 일방통행식으로 끌고 가려고 한 게 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며 "당청 관계가 수평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지난 시기 수직적 당청 관계에 많은 잘못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부분적으로 그것이 4·13 총선 참패의 원인 중에 하나였다는 분석도 틀리지 않다. 따라서 당연히 바꾸긴 바꿔야겠지만, 이것을 '수직적 당청 관계가 잘못'이라는 식으로 딱 꼬집어 이야기하게 되면,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했고 청와대가 잘못했다는 이야기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권력에 줄서기하는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 질서의 정치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본인 또한 수직적 당청 관계를 바꾸긴 바꾸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이를 굳이 꼬집어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정현 의원은 최근 공개된 김시곤 전 한국방송공사 보도국장과의 이른바 '녹취록'에서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한몸을 아끼지 않고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새누리당 대의원~책임당원들이 투표권을 갖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는 악재라기보다는 도리어 호재(好材)가 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정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녹취록 파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부터 내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