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피고인들에게 감금 고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선고
  • ▲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거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호 전 의원, 이종걸 의원, 강기정 전 의원, 김현 전 의원이다.ⓒ뉴시스
    ▲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거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호 전 의원, 이종걸 의원, 강기정 전 의원, 김현 전 의원이다.ⓒ뉴시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6일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감금'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이날 법원이 야당 의원들에게 무죄 선고를 내린 것에 대해 "상식에 어긋난 튀는 판결 목록에 또 하나 추가됐다"며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사법의 존재이유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심담)는 이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과 더민주 김현·강기정 전 의원,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활동을 의심해 국정원 여직원 김 씨에게 밖으로 나와 경찰에 컴퓨터를 제출하거나 문을 열어 컴퓨터를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에게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피해자 김씨가 감금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김 씨가 오피스텔 안에 머문 것은 이 의원 등의 감금 때문이 아니라 자칫하면 컴퓨터를 빼앗길 것으로 생각해 스스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 국정원 여직원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 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연합뉴스.
    ▲ 국정원 여직원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 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판결 이후 논평을 내고 "법원 판결에 따라 당시 감금의 고의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감금 행위도 실행되지 않았음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또 "이번 판결을 통해 불법대선개입활동의 주체인 국정원과 정권비호를 위해 무리한 기소를 남발한 검찰의 후안무치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국정원과 검찰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당 의원들을 감금범으로 몰아붙였던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날 법원의 판결을 두고 법리 오해의 부분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형법상 일정한 장소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 자체가 감금죄의 구성요건이기 때문에 당시 이 의원 등이 떼거지로 몰려가 물리력을 행사한 것 자체가 감금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고 판결을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판결을 두고 지나치게 좌편향 판결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의원 등은 지난 2012년 12월11일 '국정원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거주지인 서울시 강남구 소재 오피스텔에 몰려갔다. 이들은 오피스텔 초인종을 반복적으로 누르고 출입문을 발로 차거나 손으로 두드리며 컴퓨터 제출을 요구했다. 

    35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국정원 여직원 김 씨는 이 의원 등을 공동감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여직원이 사는 오피스텔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뉴데일리DB
    ▲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여직원이 사는 오피스텔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뉴데일리DB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의원 등은 수사기관 고발 및 제보 등 정상적인 수사절차를 무시하고 직접 실력을 행사했다"면서 "김 씨가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했지만 물리적으로 문을 막아 무산됐고 감금시간은 35시간에 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법제를 정하는 국회의원은 일반국민보다 더 엄격한 법 준수가 요구된다. 영장주의에 반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너뜨리게 된다"며 이 의원 등에게 벌금 200만원~5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법원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는 자유가 제한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에 의해 오피스텔 안에 머무른 셀프감금"이라고 주장했던 야당 측 변호인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