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평화통일 서기국은 해산되지 않았다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네델란드 라이덴 대학 교수
       

  • ▲ 지난 2015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당국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에서 남측 대표단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오른쪽)과 북측 대표단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 지난 2015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당국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에서 남측 대표단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오른쪽)과 북측 대표단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이번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약칭 조평통)를 국가기구로 격상시키자 한국 언론들은
    김정은 정권의 남북관계 격상으로 부풀려 보도하고 있다.
    대북오판을 일삼았던 일부 북한학자들까지 나서 기정사실처럼 못 박는다.

     우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북한에서 어떤 기구이고, 또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잠시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가 북한에서의 통전부 근무 경험으로 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북한의 통일정책을 대변하는 상징적 기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방위원회가 북한 최고권력기구의 상징성에만 충실해왔던 것과 비슷하다

     건물은 물론 근무 직원도 전혀 없다. 사실상 선언적으로만 존재하는 대남성명 기구이다.
    단, 북한의 통일정책을 대외적으로 총괄 표방하는 상징 기구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대남성명이나 보도문 중 공화국정부 다음으로 수위가 높다.

     그 무게를 부각시키기 위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구성원들은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당, 내각, 외무성, 각 사회단체 등의 최고위직들을 골고루 포함시킨다.
    이를테면 대남성명에 대한 북한의 정권의지와 결집력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당 국제부 비서였던 황장엽도 1986년 경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었다.
    북한 정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실체와 다양한 역할을 포장하기 위해 산하단체를 조국평화통일서기국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정책, 대화 공작, 포섭, 정보수집 등으로 일관된 음성조직의 당 통전부가 아닌 조국평화통일서기국을 남북관계 정면에 내세우기 위한 평화위장에 불과하다.

     조평통 서기국은 서기국장이 통전부 내에서 통전부장 다음의 제2인자 권한이 부여될 만큼 주도 기관이다. 그 이유는 조평통 서기국이 북한 정권의 통일외교 기능과 역할을 합법적 위치에서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전부 내에서는 조평통 서기국을 "어머니 연락소", 즉 통전부 산하 모든 연락소들의 목적과 심리가 집중된 대남창구로 존중된다.

    필자가 1999년 통전부 입사 당시에는 안경호가 서기국장을 맡고 있었다.
    전 서기국장 한시해가 미국 고용간첩으로 처형되어 통전부 내에서 많이 위축된 서기국임에도 불구하고 서기국장의 지위서열은 요지부동이었다.

    한시해는 김일성과도 인터뷰를 했던 백악관 출입기자 재미교포 문명자에게 몰래 정보를 넘겨주었다는 죄명으로 처형됐다. 내부적으로는 그 정보가 김일성이 한시해를 통해 문명자에게 전달한 서류라는 소문도 있었다. 

     남한 국민을 포함하여 해외교포들을 직접 상대하는 직업인 것만큼 김정일은 통전부 간부들에 대한 경종으로 임동옥, 안경호, 채창국을 비롯한 통전부 고위간부들 8인이 직접 한시해를 비밀리에 총살하도록 명령했다.

     북한이 조평통 서기국을 해산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기구로 격상한 것은 일부 학자들의 주장처럼 북한의 부분적 대남업무가 통전부에서 조평통으로 이관된 조치가 아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통전부를 밀어내고 남한의 통일부로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업무의 전문성을 집중 관리하는 것도 북한 고유의 유일지도체제 방식이다.
    업무 분산이자 특권 분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기구로 격상시킨 것은 조평통의 선언적 대남압박과 평화공세의 무게를 더 늘리겠다는 대남심리전의 일환에 불과하다.

     반면 조평통 서기국 해산은 그동안 축적된 서기국의 대남실무와 경험을 보다 은밀하게 통전부에 집중시켜 궁극적으로는 향후 남북관계에서의 공식 및 비공식 경계와 범위를 더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즉 남한을 상대하는 합법적 통일외교 관계와 단계에서 서기국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는 상승 과정과 절차를 단순화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표면상 국가기구화 한 상태에서, 통전부는 내부적 실무에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대남기구의 변화는 북한의 대남정책이 내부적으로 큰 틀에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선언적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대남실무의 통전부의 중간지점에 조평통 서기국을 내세워 대북지원과 남북경협의 실용성 이익실천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북핵을 아예 국책으로 못 박은 지금에 와서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은 더는 서기국 수준의 전담 창구로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듯싶다. 중국까지 제재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에서
    설사 남한에 햇볕정책 계승정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오순도순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북한 스스로가 대남 몸집을 부풀려야 한반도 정세의 그 어떤 변화에도 책임과 명분의 원칙을 대내외적으로 거창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여 말로 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행동을 하는 통전부의 중간위치에 있던 서기국을 해산하고 북핵 자신감을 바탕으로 평화협박 대 평화조건 요구를 공세적으로 하겠다는 의도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국가기구가 됐다고 해도 건물도, 구성원도 없는 예전 수준의 연장에 불과할 것이다. 반면 통전부는 음성적 기능은 물론 그동안 키워왔던 통일외교 기능까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외적 권한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방향에서 확대 개편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조국평화통일서기국은 해산된 것이 아니라 명칭을 바꿔 양지에서 음지로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서기국이 해산되자면 북한 정권이 통전부도 해산했다고 공언해야 진실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