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가는 신공항 갈등… "이변 일어나면 시민과 함께 바로잡겠다" 불복 시사
  •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이 20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와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병수 시장은 이날 신공항 유치 여부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6·4 지방선거 당시의 다짐에 변함이 없다고 공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이 20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와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병수 시장은 이날 신공항 유치 여부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6·4 지방선거 당시의 다짐에 변함이 없다고 공언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권의 텃밭인 부산과 대구·경북·울산·경남을 쪼개놓고 있는 신공항 갈등이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일 국회에서 상경(上京) 기자회견을 연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은 가덕도로 동남권 신공항이 선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이를 불공정한 용역 결과로 보고 강력한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서병수 시장은 이날 새누리당 김세연 부산시당위원장, 배덕광 의원 등이 배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신공항 유치 갈등은 여기까지만, 이제 상생을 이야기하자'는 주제의 브리핑을 진행했다. 제목은 마치 더 이상의 유치 경쟁을 자제하자는 듯 했지만 실제 내용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가 가덕도로 결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 조건으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과 '철도·항만·항공이 결합하는 트라이포트(Tri-Port)'가 제시됐다. 모두 가덕도를 지칭하는 내용이다. "비행기가 산으로 가는 일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호소도 나왔다.

    21일 국무회의와 24일로 예상되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민란(民亂) 조짐이라는 부산의 민심을 전하며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

    서병수 시장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주면 고맙고 안 주면 서운할 뿐인 선물이 아니라 20년 묵은 숙원"이라며 "신뢰를 상실한 용역 결과를 부산시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역 민심을 외면하는 안이한 발상"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사진 가운데)과 김세연 부산시당위원장(오른쪽), 배덕광 의원(왼쪽)이 20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와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병수 시장은 취재진과의 문답 과정에서 가덕도로 결정이 되지 않으면 이는 불공정한 용역 결과임을 시사하며 불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사진 가운데)과 김세연 부산시당위원장(오른쪽), 배덕광 의원(왼쪽)이 20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와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병수 시장은 취재진과의 문답 과정에서 가덕도로 결정이 되지 않으면 이는 불공정한 용역 결과임을 시사하며 불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아울러 "부산 시민들은 우리 공항을 우리가 이전하겠다는데 무슨 말들이 그리 많느냐고 아우성을 하고 있다"며 "이 아우성은 부산 시민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천명했다.

    '부산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표현까지 나온 이상, 가덕도로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밀양으로 결론이 날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는 다른 답변이 나올 여지가 없었다. "영남권 분열이라는 파국적인 후폭풍이 오게 된다"고 경고한 서병수 시장은 6·4 지방선거 당시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다짐에 대해서도 "변함이 있을 수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같은날 오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지자체장들의 자제와 냉정을 주문했지만 부질없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역 분들을 설득하고, 자제를 당부하는 것이 본분"이라며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고 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할 시·도지사들의 자제와 냉정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24일로 예상되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로 영남 지역 간의 갈등이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는 어렵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미 가덕도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불공정한 용역'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선언이 잇따랐다.

    시장직을 걸겠다며 배수진(背水陣)을 친 서병수 시장은 "이변이 일어나면 승복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가덕도 외의 입지 용역 결과 발표를 '이변'으로 치부하며 "용역 결과가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면 시장으로서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라도 부산시민과 함께 그 결과를 바로잡는 노력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