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형사법학회, 대검찰청 후원으로 형사정책연구원 등과 공동학술대회
  • ‘위험형법’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형법의 보호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법의 기본 관점도 변화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등장한 것이다. 즉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범죄도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률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제정해 활용 중인 ‘대테러법’이 해당된다.

    한국 사회는 아직 ‘위험형법’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지난 17일 오후 2시, 대검찰청 국가 디지털 포렌식 센터(NDFC) 2층 베리타스 홀에서 있었다.

  • ▲ 지난 6월 17일 대검 NDFC 2층에서 열린 안보형사법학회 공동주최 '위험사회의 도래와 안보형사법의 과제'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사람들. ⓒ안보형사법학회 제공
    ▲ 지난 6월 17일 대검 NDFC 2층에서 열린 안보형사법학회 공동주최 '위험사회의 도래와 안보형사법의 과제'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사람들. ⓒ안보형사법학회 제공

    한국안보형사법학회가 형사정책연구원, 검사 커뮤니티 등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대검찰청의 후원으로 개최한 이날 공동학술대회의 주제는 ‘위험사회의 도래와 안보형사법의 과제’였다.

    한국안보형사법학회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논의함에 있어, 세계가 전례 없이 새롭고 다양한 위험에 직면한 가운데 ‘범죄의 예방과 차단’에 중점을 둔 ‘위험형법’ 이론이 주목 받고 있어 이번 학술대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안보형사법학회는 “남북 분단과 대치라는 열악한 안보 환경에 처한 우리나라가 안보형사법제를 정비함에 있어 ‘위험형법’ 이론을 접목할 수 있는가, 또한 디지털 정보 압수수색 절차의 문제, 최근 이슈가 되었던 ‘테러방지법’ 관련 논의를 다뤘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 1차 주제는 주승희 덕성여대 법학과 교수의 ‘21세기 대한민국 안보형사법의 의의, 특성 그리고 위험형법과의 조우’였다.

    주승희 교수는 현재 세계는 물론 한국도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핵위협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등장한 상황에서 ‘예방 형법’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승희 교수는 “전방위적 안보를 위해 모든 범죄에 위험형법 이론을 일괄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대량살상·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중대한 안보범죄에 대해서는 ‘위험형법’ 이론에 입각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 대학원 교수의 ‘안보범죄에서의 디지털 정보 압수수색’이 주제였다.

    이상진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국가보안법이나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자를 기소할 때 디지털 증거가 매우 중요함에도 현행 디지털 압수수색에는 ‘빈 틈’이 일부 있음을 지적했다.

  • ▲ 이날 공동학술대회에는 법학 교수 뿐만 아니라 현직 검사 등도 참석해 '범죄예방'을 위한 법률의 한계점을 논의했다고 한다. ⓒ안보형사법학회 제공
    ▲ 이날 공동학술대회에는 법학 교수 뿐만 아니라 현직 검사 등도 참석해 '범죄예방'을 위한 법률의 한계점을 논의했다고 한다. ⓒ안보형사법학회 제공

    이상진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 사법당국이 용의자에 대한 디지털 압수수색을 할 때 데이터 변형 및 조작, 정보 은닉, 정보 위변조 등 증거인멸의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디지털 압수수색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상진 교수는 최근 형사소송법 제313조 개정으로 디지털 증거를 법정에서 인용하는 범위를 확대한 것과 관련해 디지털 자료의 증거능력 성립을 위한 방안도 설명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윤해성 박사는 ‘현 시점에서의 효과적인 대테러 체계 모색’을 주제로 최근 국회에서 통과, 제정된 테러방지법과 시행령을 종합 점검했다.

    윤해성 박사는 ‘대쉬(ISIS)’와 같은 국제테러조직, 북한, 국내 극렬단체의 테러에 대한 선제적인 예방 대응을 위해서는 정보수집 및 감시활동 강화, 테러 관련 자금규제 강화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해성 박사는 최근 제정된 테러방지법에 따라 테러 관련 정보수집 역량 강화와 사후 수습 및 대응을 위한 체계는 마련되었지만, 형사특례조항 도입 등을 통해 대테러 활동의 수사 측면에 대해서도 법적인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안보형사법학회에 따르면, 이날 공동학술세미나에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비롯해 공안 검사 커뮤니티, 경찰청 관계자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특히 참석자들은 국가안보범죄와 테러범죄에 대한 예방책도 필요하지만 인권보장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 ▲ 17일 공동학술대회에 참석, 축사를 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 또한 안보법제에 관해 관심이 많다고 한다. ⓒ안보형사법학회 제공
    ▲ 17일 공동학술대회에 참석, 축사를 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 또한 안보법제에 관해 관심이 많다고 한다. ⓒ안보형사법학회 제공

    한국안보형사법학회는 2015년 11월 24일 창립한 ‘안보법률전문 연구단체’다. 초대 회장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 단체의 활동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김일수 회장은 창립 당시 “안보는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인권존중과 적법절차에 따라 수호돼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면서 향후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위한 안보’라는 취지 아래 연구 활동을 계속 펼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