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애써 조용한 대권 행보 외치지만…구의역 사고 책임론 불거지자 급히 해외로?
  • ▲ 19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마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3일 네팔로 출국했다. 중앙정치를 끝마치고 '대권행보'를 향해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구의역 사고에 대한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행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9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마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3일 네팔로 출국했다. 중앙정치를 끝마치고 '대권행보'를 향해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구의역 사고에 대한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행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3일, 네팔로 출국했다. 탄핵 이후 못다 한 히말라야 트래킹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분분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2004년 탄핵 때 중단하고 돌아온 후 12년 만에 다시 히말라야 트래킹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군 복무를 할 대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라며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히말라야로 트래킹을 떠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트래킹을 끝마치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번 트래킹은 지난 2004년 못다 한 트래킹을 마무리 짓는 여정인 셈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일찍이 "20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중앙 정치를 뒤로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은 20대 국회 개원일에 맞춰 이뤄졌다. 그가 이른바 '대선 행보'의 시작을 네팔에서 시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 새누리당 "文,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책임론 불거지자 출국" 직격탄…더민주는 반발

    하지만 새누리당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해외에서 관련 이슈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지난 14일 문 전 대표를 향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둘러싼 문재인 전 대표의 태도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자신들 책임과 잘못은 철저히 숨기고 번지수 틀린 무책임한 남 탓 공세만 하다가, 급기야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헛 공세'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홀연히 출국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명한 지용호 서울메트로 감사는 '친(親) 문재인 인사'이자 '낙하산 인사 전형'이란 사실까지 드러났는데도, 아직도 일언반구(一言半句) 사과조차 없다"며 "객관적으로 드러난 자당 소속 서울시장에 대해 당 차원의 사과 등 납득할만한 조치를 우선 취하는 것이 순서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해외에서도 사과는 가능하다. 오늘에라도 이번 사고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촉구하며, 제반 문제 해결에 힘과 지혜를 모아가야 할 것"이라며 "본질을 벗어난 비난 공세를 멈추고,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구의역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감사는 문재인 대표와 경희대 법대 후배로 그의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운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새누리당 민경욱 대변인은 "(지용호 전 감사가) 지난 2012년 10월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서울시민 캠프'의 상임대표로 일했다"면서 " 2012년 7월에는 '문재인을 사랑하는 경희인 모임'의 회장을 맡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지지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고 설명했다.

    지 씨가 문 전 대표와 같은 경희대 출신이라는 것 말고 아무 관련이 없는 인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구의역 문제는 국민 안전의 문제이고 열아홉 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관한 문제다"면서 "이것을 갑자기 대선후보 공격용으로 쓰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안전 문제, 민생 문제를 정쟁 문제로 비화시키겠다고 하는 태도를 보고서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집권당이 이런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얕은 꼼수를 쓰는 것에 대해서 전 국민이 개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면서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 8.27 전당대회 앞둔 더민주… 이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문재인에는 부담이란 분석도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문재인 전 대표가 여권의 공세에 부담을 느꼈으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가뜩이나 국내의 정치행보가 전당대회에 영향을 끼쳐 '친노패권주의'로 비쳐질 우려가 있는데, 이에 구의역 사고까지 겹치면 전당대회 흥행은 커녕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민주는 20대 국회의 개원과 동시에 여러 당권 주자들이 8.27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고 나선 상황이다. 최근에는 추미애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언했고, 송영길 의원도 전북과 광주등 전국을 순회중이다. 줄잡아 후보군만 5명 이상 거론되는데, 여기에 김부겸 의원의 당권 도전이 변수로 부상하면서 벌써부터 계파 이야기가 등장하는 모양새다.

    계파갈등의 정점에 서 있는 문 전 대표의 행보는 전당대회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로서는 국내 행보로 정치권에 계속 거론될수록 아킬레스건인 '친노패권주의'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여권의 표적이 되어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정치공방의 한 가운데 선다면 더민주 전당대회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지난 달 28일 부산 금정산을 등산하면서 "8월 말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는 중앙정치하고 좀 거리를 두면서 지금처럼 조용하게 시민을 만나고 다닐 생각"이라며 "그 시기가 지나면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히말라야 트래킹 외에도 지난 해 지진 피해를 본 지역에서 시설 복구를 위한 자원봉사 및 일일 교사 강의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귀국일정은 현지사정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7월 초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