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지도체제로 바꾼 새정치聯, 문재인 때문에 계파 해소는 커녕 결국 분당
  • ▲ 새누리당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이 오는 8·9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기존의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지도체제로 선회하기로 했다.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막장 계파 갈등'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도체제보다도 당대표의 통합적 리더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 당은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었지만 지도 체제를 개편하기로 했다"며 "치열하게 다툰 1등과 2등이 전대 뒤에도 당 운영 과정에서 마찰을 빚어 당의 신뢰를 저하했다는 반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체제'에서는 최다득표자인 비박(非朴) 김무성 대표와 차점자인 친박(親朴) 서청원 최고위원 간의 마찰을 조정하기가 어려웠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임명 여부를 둘러싸고 한동안 여의도연구원장을 임명조차 못했던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게다가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 등 종래 비박으로 분류되던 최고위원들이 도중에 친박으로 선회하면서 비박 대표와 친박 다수 최고위원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곳으로 최고위원회의가 변질됐다. '막장 공천 사태'는 어느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진 끝에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단일지도체제 선회에 따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관계로 당대표의 권한을 강화했다"며 "당무를 통할하는 규정을 넣어 당대표가 주요 회의를 소집하고, 사무총장·전략기획본부장 이하 당직자 임명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천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최고위원회의 소집권을 둘러싸고도 논란을 빚었던 사태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여겨진다. 개편안에 따라 종래 당직자 임명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었던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의 '협의 대상'으로 그 권한이 축소되게 됐다.

    다만 권성동 사무총장은 "공관위 구성까지 당대표에게 임명권을 다 부여하면 민주적 당 운영에 역행하는 제왕적 당대표가 될 우려가 크다"며 "공관위 구성과 같이 중요한 경우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최고위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외에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는 △청년최고위원 1인 별도 선출 △지명직 최고위원 1석 축소 △당권~대권 분리규정 현행 유지 △8·9 전당대회 예정대로 개최 등에 의견을 모았다.

  • ▲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 도중 김희옥 위원장과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단일지도체제 선회에 비대위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 도중 김희옥 위원장과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단일지도체제 선회에 비대위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단일지도체제 선회에 대해 이날 비대위원회의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비박을 가리지 않고 지난 4·13 총선의 '막장 공천 갈등'에는 몸서리를 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개편안은 추후 소집될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청취한 뒤 재차 비대위에서 의결해야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뒤집힐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억지로 분석해보자면 당대표 경선에서 떨어지면 최고위원조차 되지 못하고 그냥 평의원이 된다는 점에서 친박 쪽에 다소 유리해보인다"며 "난립한 친박 당대표 후보들이 '교통정리'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졌기 때문인데, 별로 유의미한 이득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진정한 문제점은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합의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기자들이) 지켜봐서 더 잘 알 것"이라며 "당대표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부여하는 게 효율적인 당 운영을 위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지도체제를 바꿔서 계파 갈등을 없앨 수 있다면, 정치권에 '계파 갈등'이라는 게 왜 지금까지 남아 있겠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더불어민주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었던 시절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집단지도체제 시절 지긋지긋한 친노~비노 갈등에 시달리던 새정치연합은 '문희상 비대위'에서 단일지도체제로 바꾸기로 결의하고 지난해 2·8 전당대회를 치렀다. 그러나 계파 갈등은 사라지기는 커녕 더욱 심해져, 결국 총선을 앞두고 당이 깨지기에 이르렀다.

    2·8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문재인 전 대표의 친노친문패권적 당무 운영이 분당의 원인이었다. 당대표에게 리더십을 부여할 뿐 제왕적 총재 시절로 회귀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문재인 전 대표는 마치 '유일지도체제'인양 홀로 당무를 전횡했다.

    일례로 수석사무부총장은 관례적으로 수석최고위원이 천거한 인사를 임명했는데, 문재인 전 대표는 일방적으로 친노 의원을 임명했다. 최고위에서 '협의'하라는 말의 무게감을 무시한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에서 우리 당도 당직 임명을 최고위 의결에서 '협의'로 바꿨기 때문에 똑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며 "지도체제를 어떻게 바꾸느냐보다는 8·9 전당대회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인사를 당대표로 선출하는 게 진정으로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