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관 ACS연설 "카리브 국가들 도움으로 한반도 비핵화 조기실현 기대"
  • ▲ 4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개최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모습.ⓒSBS중계 영상 캡쳐.
    ▲ 4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개최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모습.ⓒSBS중계 영상 캡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미수교국 쿠바를 전격 방문, '대북(對北)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및 프랑스 순방을 수행한 윤병세 장관은 귀국하지 않고 곧장 쿠바 수도 아바나로 향했다.

    윤병세 장관은 쿠바에서 열린 '카리브 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ACS 정상회의는 카리브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1995년 설립됐다. 한국은 1998년 옵서버로 가입했다.

    윤병세 장관은 쿠바에 도착한 4일 오후(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ACS 회원국, 준회원국 옵서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 단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병세 장관은 "현재 국제사회가 당면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단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병세 장관은 "평화와 화해의 바람이 저 서쪽의 한반도까지 도달,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한 우리의 비전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CS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 장관은 5일(현지시간) 브루노 로드리게즈 쿠바 외교장관과 75분간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양국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금번 ACS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와 지속가능개발'과 관련해 한국-쿠바 간의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장관은 "한국은 ACS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ACS 의장국인 쿠바가 주도하는 '카리브 지역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사업'에서 한국의 기여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한국과의 협력에 기대가 크다"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양국 외교장관은 양자·지역·글로벌 차원에서의 관심사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윤병세 장관의 쿠바 방문이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이후 교류가 끊긴 양국 관계 개선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그간 정부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2015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이후 조성된 훈풍을 타고 이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병세 장관의 쿠바 방문이 '대북 압박 외교의 연장선'으로, '대북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초 박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고, 이후 북한의 오랜 우호국이 모여 있는 아프리카를 찾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낸 점과 윤병세 외교장관의 쿠바 방문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1960년 북한과 수교를 맺은 쿠바는 1994년 김일성이 죽은 뒤에도 계속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윤 장관이 쿠바를 방문하기 며칠 전에도 북한 김영철이 대표단과 함께 쿠바를 찾아 카스트로 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란, 아프리카, 쿠바까지 이어지는 정부의 대북 압박 외교가 북한으로서는 달갑지 않다.

    실제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이후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독자적 대북제재에 착수했고, 북한의 고립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세계 각국을 돌며 '친북 국가'에 접근하는 것은 북한에게 더욱 불안감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의 불편한 심기는 지난 5일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에서도 드러났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아프리카 나라들에 얼굴을 들이민 남조선 집권자는 가는 곳마다 우리에 대한 악담질을 일삼고 반공화국 압박공조를 구걸하는 추태를 부렸다"고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자가 여기저기를 돌아치며 다 낡아빠진 대결북통을 두드려도 귀 기울일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최근 북한 행보에서도 '조급함'을 읽을 수 있다. 지난 5월 김영남이 적도기니를, 김영철이 쿠바를, 리수용이 중국을 찾아 시진핑에게 김정은의 구두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전통 우방국 챙기기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