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의혹' 폭로한 송OO씨 "조영남이 내게 의견 묻고..'알아서 그리라'고 했다"
  • 솔직해서 구설에 오른 적은 있지만 거짓말 하며 산 적은 없다.


    조영남은 지난 17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안타깝게도(?) 최근 '대작(代作) 논란'에 휩싸인 이후 조영남의 발언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무명화가 송OO씨의 폭로성 인터뷰로 조영남의 '기이한' 미술 제작 행태가 알려지면서 '호기심'과 '책임감'이 발동한 이들은 조영남의 '언행'이 과연 사실에 부합한지를 놓고 다양한 검증 작업을 벌이는 모습이다.

    일단 송씨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영남이 판매한 그림을 '전수 조사'하며 위법성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중. 언론계는 조영남 혹은 측근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해 이들의 발언과 과거 행적을 비교·분석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네티즌은 그들 나름대로 웹서핑을 통해 조영남 발언의 허위 여부를 가리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영남의 최근 발언과 행보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많다는 중론이 지배적이다.

    "조영남 그림, 200만~3000만원까지 다양하게 팔려"

    우선 조영남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연예계 후배나 지인들이 도움을 준 적은 있지만, 그림 한 점이 수천만 원에 거래된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아뉴스통신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열린 '팔레드 서울'. 전시회에서 조영남의 작품은 300만원에서 1200만원까지 크기 등에 따라 폭넓게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부터 조영남의 작품을 거래하고 있는 또 다른 화랑의 대표도 "조영남 선생의 작품은 2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다양하게 있다"고 밝혔고, 조영남 스스로도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림의 가격은 일체 손을 안 대고 갤러리에 능력대로 팔라고 하는데, 객관적으로 1000만~2000만원 정도 된다"고 밝힌 사실이 있다.

    "송씨가 그려준 그림, 조영남 이름으로 10여점 판매"

    조영남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팔레 드 서울' 전시회를 열 당시 송씨에게 의뢰한 게 좀 있다"고 밝혔고, 조영남의 매니저 장호찬 미보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송씨의 도움을 받은 작품은 6~7점에 불과하고, 또 그 그림은 한 점도 판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씨는 아시아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21일 자신의 작업실이 위치한 강원도 속초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해 저녁쯤 서울에 위치한 조영남의 집에 도착했다"며 "당시 3~4가지 주제의 그림 17점을 전달했다"고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또한 검찰은 송씨가 그려준 그림 10여점이 이미 고객들에게 판매된 것을 확인했고, 현재 추가 판매된 것이 있는지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밑그림에 덧칠만? 빈 종이에 직접 그렸다"


    송씨에게 주로 덧칠만 맡겼다는 조영남의 주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영남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일정한 수입이 없는 그 분을 도와주는 의미에서 밑그림에 색칠하는 정도의 '보조역할'을 맡겼다"고 밝혔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어떨 땐 밑그림을 그려 오라 하고, 어떨 때는 채색을 하라고 했다"면서 송씨의 역할이 자신의 작품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쳐왔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송씨는 아시아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영남이 자기가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해서 나한테 보냈다고 하는 건 정말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지정된 문구점에서 캔버스 롤과 물감을 가져와 그림을 그렸는데 어떻게 조영남이 밑그림과 채색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사건을 취재한 아시아뉴스통신의 장석민 기자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송씨는 화방에서 항상 '빈 캔버스'를 사다가 그림 작업을 한 뒤 조영남에게 전달해왔다"며 "조영남이 밑그림을 그린 캔버스에 송씨가 단순한 덧칠만 해왔다는 주장은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조영남, 송씨에게 자주 의견 묻고.."알아서 하라" 작품 맡겨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조수"라며 "자신이 먼저 그린 샘플을 주면 똑같이 그리는 게 송씨의 역할이었다"는 조영남의 주장에 대해서도 송씨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송씨는 아시아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영남이 나를 마치 조수인 것처럼 말하는 게 어이가 없다"며 "아이디어를 자기가 전부 냈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한테 자주 의견을 묻고 조언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송씨는 "그래놓고 나한테 '삼류작가다. 헛소리다'라고 하는 게 너무 웃기다"면서 "작가라면 그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줘야 하는데, 반대로 나한테 조언을 구했고 '알아서 하라'며 내 스스로 판단해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아시아뉴스통신에 공개된 조영남의 '원본'과 송씨의 그림을 보면, 기본적인 소재와 구도, 색채는 흡사했으나 그림 기법과 배경 등에선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와 관련, 장석민 기자는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본 그림은 조영남씨가 2009년 이전에 작업했던 것이고, 송씨의 그림은 조영남의 지시를 받고 나중에 그린 작품"이라며 "구매자 A씨에게 팔린 그림은 송씨가 그린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경 A씨는 조영남의 집에서 직접 그림 5점을 구입하는 대가로 1억원을 건넸습니다. 이 중 3점은 나중에 받기로 했고, 2점은 조씨의 매니저가 직접 A씨에게 전달해줬습니다.


    취재차 A씨의 자택을 방문, 거실과 방에 놓인 그림을 촬영한 장 기자는 "A씨가 조영남에게서 받은 2개의 그림 중 '가족여행'이란 작품이 바로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송씨가 밝혔다"고 전했다.


    송씨는 자신이 그린 부분이 정확히 티가 나는 곳은 화투짝에 쓰여 있는 '광(光)'자와 말의 다리라고 말했습니다. 구매자가 구입한 그림의 광자는 글씨체가 자신의 고유한 기법으로 쓴 글씨체이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다는 거죠.


    "조영남 원본에 송씨 화풍
    ·기법 가미"

    이들의 주장처럼 송씨가 조영남의 원본을 보고 그린 그림은 기계적으로 카피한 복사본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정도 송씨 고유의 화풍과 기법이 담겨 있었고, 부분적으로 원본을 재해석한 면모도 엿보였다.


    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리지널을 보여주면서 이것과 똑같이 '그리라'고 했을 경우 해당 작품에 그린 사람의 감성이나 성격이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그렇다면 다른 화가의 감성이 들어간 작품을 조영남의 작품으로 볼 수 있나?"고 반문한 바 있다.

    한 마디로 송씨는 조영남의 주장처럼 '판화 개념'으로 찍어낸 것이 아니라, 붓터치 하나하나가 중요한 '회화 작업'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조수가 아니라 '공동작업자'로 봐야야 할 것이라는 논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도 같은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붓 터치라든가 음영 처리 등이 작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며 "100% 자신의 작품이라는 조영남의 주장에 대해선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조영남의 작업 행태는 일반적인 미술계의 관행 개념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옆에서 일일이 지시하고 감독하는 것과, 그림 대부분을 그려오라고 시키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검찰은 사기 혐의에 이어 저작권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영남의 '이름'만 믿고 작품을 구매한 애호가들 입장에선 충분히 사기 행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 또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송씨가 상당 부문 관여했다는 점이 밝혀진 이상, 저작권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술계에선 아이디어보다는 표현 자체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비록 조영남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저작권은 송씨에게 있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단, 저작권법 위반은 반드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이뤄지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송씨가 해당 혐의로 소장을 내야한다는 전제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