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 있어… 100일은 다른 기념일에 세주길
  • ▲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로 개성공단이 폐쇄된지 100일"이라며,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조치를 "자해(自害)조치"라고 맹비난했다. "햇볕정책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며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발언도 덧붙였다.

    현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찬반이 갈리고 있지만, 대북 정책에 대해서만큼은 대체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북한 김정은 체제의 핵(核)과 미사일 '장난질'에 대해 일체의 '보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천정배 대표는 이날 "위험하고 소모적인 냉전 체제를 더 이상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냉전(Cold War)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사어(死語)가 됐다. 그런데 왜 한반도에서만 철지난 냉전 체제가 계속되고 있을까.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경쟁하던 전체주의 체제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에 걸쳐 소련을 필두로 동구권 전역에서 무너져내렸지만, 유독 한반도 북부에서만 가장 악랄한 반민주/반인권의 형태로 변모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 체제의 특수성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지키고 있다는 중공·쿠바·베트남 등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인류사적 보편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러한 체제가 한반도 북부를 강점하고 있는 한 백약이 무효다. 우리 쪽에서 일방적으로 어떠한 대화와 협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포용을 시도하며 햇볕을 내리쬐려 하더라도 냉전 체제의 완전한 청산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천정배 대표는 이날 "국제협력의 노력이 빠진 제재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지만, 북한의 핵(核) 및 장거리 탄도탄 도발을 응징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또는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했을 수도 있겠다.

    전날 김정은이 유학했던 스위스에서 광범위한 대북 제재 조치가 시작됐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이날 유엔안보리 2270호 결의안 이행을 위한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자금과 자산의 동결, 금융서비스 금지와 특정 품목의 대북 금수를 선언했다.

    러시아와 EU에서도 대북 제재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가 더 이상 북의 국제질서 교란행위를 용납하지 않기 위해 다함께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천정배 대표가 손꼽아 날짜를 센 100일 만에 이러한 국제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면 이는 짧은 기간 만에 거둔 눈부신 성과다. 이제 제대로 된 제재 조치가 효과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북의 핵·미사일 위협의 직접 당사국인 우리가 대북 정책을 180도 변침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제사회는 어리둥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서방 세계는 우리나라가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인지, 또 신뢰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잘못하고 있는 것은 신랄하게 비판하되 잘하고 있는 것은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외교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은 국제사회에 단결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인내할 자세가 돼 있다. 설령 다소간의 땀과 눈물이 필요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이번만큼은 국제사회와의 굳은 공조로 북의 핵(核) 도발과 위협을 끝장내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00일을 하루 하루 세가면서 초조하게 정책 전환을 촉구할 일이 아니다. 천정배 대표에게 다른 기념할 일이나 100일을 그토록 손꼽아 세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