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유럽국가에서도 페지·축소 추세…시민세금으로 노조에게 생색내"
  • ▲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테에서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 도입 문제와 파장에 관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테에서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 도입 문제와 파장에 관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서울시 15개 산하기관에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겠고 발표한 가운데, 이 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재계와 시민사회의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문제와 파장'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 배경과 문제점을 짚었다.

    발제를 맡은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서울시가 근로자이사제 도입 배경으로 사회적 갈등비용 예방효과, OECD 회원국의 보편적 도입, EU의회 등에서의 효과 인정 등을 꼽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된 서울지하철 공기업 통합 건에서 보듯, 근로자 이사제를 통해 노사 간 갈등 예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희 교수는 "서울시 근로자의사제는 기본적으로 2차 대전 직후 독일의 노조 경영참여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독일식 '공동결정제도'는 전세계적으로도 아주 독특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상희 교수는 "이 제도의 도입 기원이나 실제 운용 측면을 보면 다른 국가의 노사관계 환경에서는 수용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90% 이상이 유한회사이고 주식회사는 1%에 불과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95% 이상이 주식회사인 주주자본주의 체제로 상이하다"며 "독일식 공동결정제도는 우리가 벤치마킹 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국제 관행이나 규범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서울메트로 등 15개 산하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서울메트로 등 15개 산하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상희 교수는 "그 근거로 영미식 체제에서는 공동결정제 방식이 아예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독일에서도 기업환경 급변에 따라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독일의 공동결정제와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려는 나라는 도입 전에 경제금융체제나 기업내 노사 관계 실태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공공 기관의 그간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공기업에 독일식 공동결정제를 도입할 경우 노사담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될 경우 제어장치도 거의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자이사제는 아주 독특한 제도로, 나쁘게 말하면 엉뚱한 제도"라며 "일반적인 경제학에서는 다루지 않는 제도로서 시장경제체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기성 교수는 "근로자이사제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라는 본래 탄생 목적을 바꿔버릴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회 구성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기본적인 사항은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며 "노조 대표의 이사회 참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처럼 정관 변경만으로는 곤란하며 반드시 상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는 "지자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근로기준, 측량단위 등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국가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며 서울시 근로자이사제의 위법 가능성을 지적했다.

  • ▲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최준선 교수는 또한 "유럽에서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근로자이사제를 점차 폐지, 축소하고 있다"며 1982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28편의 실증연구논문 중 11건에서는 근로자이사제에서 어떠한 유의미한 효과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들이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이사제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박원순 시장의 친노조 카드로, 본인의 대권행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주희 실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께서 책임지는 자리에 있지만 본인의 돈도 아닌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생색내면서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주희 실장은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될 서울시 산하 지방공사와 출연기관들을 분석한 결과 자본잠식·영업손실·부채규모·이자비용 등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한 곳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서울시 4개 공사 모두 2015년 5단계 경영평가등급에서 '다' 등급을 받았고, 다른 출연기관 11곳의 재정상황도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주희 실장은 "그럼에도 해당 기관장의 연봉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라고 지적, 이들의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음을 내비쳤다.

    박주희 실장은 "근로자이사제를 실시할 예정인 15곳의 노조 가입률은 매우 높으며,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등을 상급단체로 두고, 기관장과 경영진은 박원순 시장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경영자-근로자 간의 '협치'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노조의 권력만 키워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주희 실장은 "서울시 산하기관처럼 기관장 혹은 경영진이 낙하산 인사이거나 이념적으로 親노조 성향일 경우 합리적 경영 판단보다는 노조에 끌려다니기 쉽다"며 "이런 노사환경 하에서는 재정위기에 처하더라도 노조와의 고통분담 차원의 개혁은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재계, 정부 등에서도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 도입 강행을 우려하고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도 도입 의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