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법안·예산 '선물보따리' 풀어놓은 뒤 '보다 큰 정치' 나서나
  • 천정배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동영 당선인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17일 전북혁신도시 내에 신축되고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현장을 둘러보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동영 당선인 페이스북 갈무리
    ▲ 천정배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동영 당선인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17일 전북혁신도시 내에 신축되고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현장을 둘러보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동영 당선인 페이스북 갈무리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평소라면 이 논란에 한 삽을 떠넣었을 인물이 부각되지 않아 정치권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국민의당 내에 존재하는 '이념적 스펙트럼' 중 가장 왼쪽에 위치해 있다고 칭해지는 정동영 당선인이 그 주인공이다.

    정동영 당선인은 18일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는 게 광주 영령들의 뜻"이라며 "대통령이 모르는 척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야권의 주요 인사들이 이날 피력한 입장과 수위가 다르지 않다. 예전에 우리 사회의 중도층이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을 넘나들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동영 당선인이 보다 큰 정치를 위해 급진(急進)적인 포지션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원'으로 이동하려 하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영 당선인은 전날인 17일에도 광주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하는 대신 차분하게 전북의 지역 현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의 전주 방문을 맞이해 송하진 전북도지사 회동 및 전북도의회에서의 기자회견 등을 주선했다. 이후 천정배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전주시와 완주군의 경계에 걸쳐 있는 전북혁신도시로 이동해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를 접견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완전 이전은 탄소법(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 새만금사업과 함께 전북의 3대 현안이다.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도 정동영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사이에서 핵심 쟁점이 됐었다.

    정동영 당선인은 이날 당 지도부를 전북혁신도시까지 데려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당선인 등과 이원희 국민연금관리공단 기획이사 간의 회동에서, 국민의당 지도부는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관리공단과는 별도의 공사로 설립해서 이전을 백지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이원희 기획이사는 "그런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전북으로 이전하지 않으려는) 계획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덧붙여 "우리 (국민연금관리공단)들은 이미 지난해 6월에 이전한 이후 곧 (이전) 1년이 되기 때문에 전주 사람으로서 근무하고 생활하고 있다"며 "전주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우리 공단의 모든 직원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국민을 섬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국민의당 정동영 당선인. ⓒ뉴데일리 사진DB
    ▲ 국민의당 정동영 당선인. ⓒ뉴데일리 사진DB

    이에 박지원 원내대표는 "잘 생각했다"고 격려했고, 정동영 당선인은 박수를 쳤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인물로부터 이러한 발언을 끌어낸 것 자체가 정동영 당선인의 '큰 득점'이라는 지적이다.

    이후 정동영 당선인은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이전을 위한 신축 현장까지 나가 직접 안전모를 쓰고 둘러봤다. 묵묵히 전북의 발전을 위한 현안을 챙길 뿐 쓸데없는 이념 논쟁에 발을 담그지 않는 모습이 예전과는 확 달라졌다는 평이다.

    이날 광주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 참석하는 대신 전북의 지역 현안을 묵묵히 챙기고, 5·18 관련 행보는 이튿날의 정부 기념식 참석으로 최소화한 것도 "전북 정치가 광주·전남의 종속 변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역 여론을 잘 살핀, 신중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은 5·18 때 MBC 기자로 전남 장성에서부터 걸어서 교통이 두절된 광주로 들어갔던 사람이라, 5·18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과도하게 그러한 사안에 몰입할 때가 아니라, 전북의 발전을 챙기고 전북을 위한 목소리를 낼 때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동영 당선인은 이처럼 전북 발전 현안을 챙기는 것 외에는 모든 일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4·13 총선 이후 음으로 양으로 당을 시끄럽게 했던 각종 당직 인선과 관련한 논란으로부터도 한 발 비켜서 있다.

    그런 만큼 더욱 궁금증은 증폭된다. 정동영 당선인이 지금 당장은 다른 모든 일에 신경을 끊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전북의 밭을 가는데 몰입해 있지만, 언젠가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정동영 의장의 시선이 궁극적으로 당권을 향해 있을지, 대권을 향해 있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국민의당의) 전당대회가 내년 초로 미뤄지면서 정동영 의장의 당면한 고민도 해소됐을 것"이라며 "하반기 정기국회와 예산 정국에서 전북을 위해 무언가 큰 것을 해내면 자연스레 보다 큰 정치로 나아가겠다는 명분이 서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