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백금렬, 박 대통령 직함 생략 및 "청와대 박 여사'라 부르기도
  • 17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대행진과 전야제에서 "대통령직 도둑질, 박근혜 아웃"등의 과격 구호가 이어졌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또다시 대선불복·박근혜 정권 타도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7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대행진과 전야제에서 "대통령직 도둑질, 박근혜 아웃"등의 과격 구호가 이어졌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또다시 대선불복·박근혜 정권 타도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7일 광주에서 열린 5·18 전야제는 반(反)정부 시위현장을 방불케 했다. 케케묵은 '대선불복' 발언이 곳곳에서 수시로 쏟아졌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대통령직 도둑질해간 사람"이라는 등 막장 발언도 나왔다.

    5·18 광주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대선불복-정부 힐난 발언만 난무하는 또 다른 선동의 장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발언은 이날 오후 행사 참석자들이 광주 시민공원에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까지 '민주대행진' 행사를 가지면서 시작됐다.

    행진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야당 지도부들이 총출동했다.

    5·18 유가족과 5월 단체 회원,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관계자, 백남기 농민 가족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광주지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광주공원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앞의 선도 방송차에 올라탄 백금렬(전교조 소속) 씨가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싸집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청와대와 여야의 회동에 대해 "요즘 청와대 가서 차 한 잔 나눠마시고 협치, 협치하는데 대통령직 도둑질해 간 사람과 무슨 협치를 말하느냐"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법선거로 대통령직에 올랐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을 모독하는 대선불복 막장 발언을 한 셈이다.

    백금렬 씨는 또 야당 의원들을 향해 "이곳 광주 호남사람들이 바라는 건 야당이 야당다운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여기서만 팔뚝질하지 말고, 여기서만 목청 놓아 노래 부르지 말고 국회에서 단호하게 싸워달라"고 했다.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는 구호를 연발하던 백 씨는 "'규탄한다'는 성이 안 찬다. 5월정신 폄훼하고 왜곡한 박근혜정권 타도하자"고 선동했다. "박근혜"라고 대통령의 직함을 생략하거나 "청와대 박 여사"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백 씨의 선창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한 박근혜 정부 규탄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 전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규탄한다, 규탄한다"는 구호를 따라했다.

    백금렬 씨는 "야당 의원들은 인기를 얻겠다고 종편에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TV조선, 채널A, MBN 등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분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주제넘은 요구를 하기도 했다.
  • 17일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전야제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팔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7일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전야제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팔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정권 타도하자"는 등의 격한 구호는 본격적인 전야제 행사에서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342일째 옥상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를 응원하는 대목에서, "비정규직 안돼, 정몽구 나빠, 박근혜 아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 막바지에 달하자 이들은 '박 터뜨리기'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반정부 시위의 끝판을 선보였다.

    사회자는 "박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라며 박 대통령을 겨냥, "이놈의 박 터뜨리고 민중 세상 맞이하자"고 소리쳤고, 자리에 있던 의원들과 당선인, 시민들은 한데 섞여 콩주머니를 있는 힘껏 던졌다.

    일부 당선인들은 "너무 세게 던져 튕긴 콩주머니에 맞았다"고 불평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지난해까지 대통령에 대한 정통성 부정 발언을 여러 차례 쏟아내며 국민적 지탄을 받은 더민주는 최근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대선 불복 조짐을 보여왔다.

    지난 12일 광주에서 열린 더민주의 20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지역 인사들이 나와 대선 불복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해 막장 발언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불복 막말로 얼룩진 제36주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진정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