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박주선은 주승용 천거… 박지원 "이견 해소 위해 간담회 열자"
  • 국민의당 지도부가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10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박주선 최고위원과 천정배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나란히 앉아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지도부가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10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박주선 최고위원과 천정배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나란히 앉아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민의당 당직 개편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당직 개편의 핵심인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안철수 대표가 요지부동으로 고집을 부리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호남 홀대·소외'가 국민의당에서 재현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9일 당직을 전면 개편하고 '포스트 총선' 체제를 출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결이 보류된 데 이어 10일 들어서는 논란만 더욱 커지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내일(11일 임명)하겠다"라고 공언했지만 최고위에서의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논란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사무총장이 있다. 당내에서는 총선 기간 일시 중용됐던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들이 2선 후퇴하고, 이제는 국민의당이 통상적인 공당(公黨)과 같이 정상적으로 당무가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다.

    이러한 기류를 읽고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사의를 표했다. 당무 담당 원내부대표직도 사양했다. 이미 총선 기간 동안 당직을 충분히 맡았다는 게 이유다. 박선숙 사무총장도 거취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2선 후퇴할 뜻을 밝혔다.

    따라서 이제 정당 운영의 관례에 따라 원내 다선의 중진 의원을 사무총장에 인선하면 된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원외(院外)가 될 예정인 김영환 의원을 고집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안철수 대표의 '김영환 사무총장' 인선안은 천정배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박주선·박주현 최고위원 등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호남 4선의 주승용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천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승용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도 안철수 대표 밑에서 45일간 사무총장으로 봉직했던 바 있다. 경륜과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는 평이다.

    물론 김영환 의원도 4선 경력이라 사무총장을 수행하기에 무리가 없지만 곧 원외의 신분이 된다. 다른 당직을 맡도록 배려하면서 수도권 지역의 재·보궐선거에 대비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무총장 인선 논란을 2월초에 있었던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당시에도 탈당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밀었던 다른 지도부에 맞서 안철수 대표는 원외의 박선숙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관철해냈었다.

  • 국민의당 지도부가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주승용 의원이 10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지도부가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주승용 의원이 10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그 때는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하지 못한 비상상황이었다. 게다가 친노친문패권 세력과 통합·연대를 하자며 당을 흔들어대던 세력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안철수 대표가 사재(私財) 투입을 통해 당을 이끌어가고 있었기에 사무총장은 최측근을 쓸 수밖에 없는 국면이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그 때는 당이 굴러가는 돈이 전부 안철수 대표로부터 나왔는데, 안 대표 입장에서도 내 지갑을 남의 손아귀에 맡길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면서도 "지금은 국민의당이 국민 혈세로부터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사무총장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 총재 밑에 당 3역 중 한 명으로 사무총장이 있을 때도 사무총장을 원외에서 맡은 적은 없다"며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정당의 총무를 원외에서 맡는 게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표가 계속해서 김영환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고집하면서, 호남 소외·홀대론이 불거질 조짐마저 보인다. 지명직 최고위원이 부산 출신 이상돈 당선인에게 돌아간데 이어 사무총장·전략홍보본부장·국민소통본부장 등에 전부 비호남 원외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사무총장 인선을) 그렇게 지역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지역도 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반면 안철수 대표는 "가능하면 당직을 원외 인사들로 중용하는 것이 지금 국민의당이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맞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박지원 원내대표가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더 논의를 해야 한다"며 "최고위 간담회라도 한 번 가져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호남 지역 국민의당 중진 의원은 이날 본지 취재진과 만나 "당이 호남에 기반하고 있는 게 사실인데, 당직 인선만 호남 사람을 안 쓰면서 호남당이 아닌 척 해봐야 호남만 역차별받을 뿐"이라며 "김영환 의원이든 주승용 의원이든 둘 다 사무총장을 수행할 능력이 충분하니 원외 배려, 성별 배려 같은 논리를 내세우지 말고 인사는 관례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뜻하지 않게 '인사 논란'의 중심에 휘말린 주승용 의원은 발언을 삼가고 있다. 주승용 의원은 본인이 사무총장을 맡겠다고 희망한 것도 아닌데 천거가 된데다가, 논란이 호남 소외·홀대론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이와 관련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