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제3의 길인가? 또 하나의 좌파인가?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감 1위로 떠올랐다.
    이는 4. 13 총선에서 보수층이 새누리당을 외면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어떤 정치적 향배(向背)를 보이느냐에 따라
    이 추세는 굳어질 수도 있고 잦아들 수도 있다.

      보수 유권자들은 집권세력에 실망한 것이지 자신들의 ‘보수 입장’마저 버린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을 대안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국민의당 안철수에게 희망적인 기대감을 표했다.
    안철수 노선이 “문재인 노선과는 다르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안철수 노선이 어느 정도 ‘진보’일 수는 있어도
    ‘아주 좌경(左傾)’은 아니라는 심증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제 하에서 생각한다면 앞으로 안철수 대표가 유력한 대권후보로 계속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그가 보수 유권자를 얼마나 더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달려 있다.
    수도권-중부권 진보 유권자들은 어차피 그보다는 더불어 더민당 쪽으로 많이 갈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는 진보 유권자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보수 유권자에게도 초점을 맞춰야 표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들으면 이 말은 모순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안철수 대표가 일찍이 말한 그대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잘 조화시키면 보수-진보를 그런대로 아우를 수 있다.

      이게 바로 영국 노동당이 갔던 ‘제3의 길’이다.
    올드 레프트(old left, 구좌파)의 도그마(獨斷)에서 벗어나 시장경제 원칙과 ‘작은 정부론’을 수용한 토니 블레어 노동당의 ‘제3의 길’은 안철수 대표에게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일부 좌파가 빠져 있는 경제 포퓰리즘은 “운동권 프레임을 배척한다”고 한 안철수 대표가 갈 길이 아니다. 그렇게 할양이면 왜 굳이 더불어민주당을 나와 ‘제3당’을 만들었는가 말이다.

      안보적으로도 안철수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햇볕정책’을 수정한 합리적 상호주의로 나가야 한다. 우리만의 일방적 햇볕은 실패였음이 드러났다. 우리가 북한의 핵 개발을 도운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준 돈이 북의 핵 개발에 직접 사용됐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하겠지만, 돈이 궁할 때는 누구나 급한 곳에 먼저 당겨 쓰는 게 정한 이치 아닌가?

      개성공단 폐쇄 역시 박근혜 대통령만의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 유엔 안보리와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해서 하는 전 세계적인 대북 강력 제재의 일환일 뿐이다. 안철수 대표가 진정으로 ‘운동권 프레임’을 배척한다면 그가 이 ‘세계의 뜻’에 정면 거역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안철수 대표가 과연 천정배, 정동영, 박지원 등 이질적인 사람들의 입장, 즉 구태(舊態) 야당, 구태 운동권의 잔재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천정배, 정동영은 안철수와는 전혀 결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왜 떠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급격(急激)한 성향의 사람들이다. 박지원 역시 햇볕정책의 한 당사자다. 안철수 대표가 이런 사람들에게 끌려갈 경우 그의 독자성과 ‘새정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대표는 그래서 빨리 결정해야 한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던 ‘제3의 길’을 확실히 갈 것인가,
    아니면 더불어민주당의 친노-친문 계열과 별로 다를 것 없는
    당내 강경요소들의 힘에 견인당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이렇게 자문해 봄직 하다.
    "경제정책에선 다소 진보성을 띨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존엄성과 전체주의가 맞붙는 한반도 싸움 판에서 나는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