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새누리당 양쪽에 가능성 열어놔… 상임위·정무직 배분 협상력 극대화
  •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20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선출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새누리당과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20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선출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새누리당과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주승용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은 원칙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선출하는 게 맞다면서도, 의장 후보자의 면면 또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의장단은 국회법 제15조 1항에 따라 재적 의원의 단순과반수로 선출된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쟁점 법안 의결정족수(180석)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더민주 중 어느 당이라도 국민의당과 손을 잡으면 국회의장을 차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주승용 원내대표가 친박(親朴)과 친노(親盧)를 배제하는 등 '형식 뿐만 아니라 실질에 있어서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20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의장을 더민주에서 선출하기로) 아직 합의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민들이 만들어준 제1당은 더민주이기 때문에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더민주 국회의장' 시나리오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도 "본회의에서 전체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설사 더민주와 합의가 되더라도 의장 후보의 면면을 봐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충분한 논의를 한 후에 어느 후보가 적절한가를 검토해서 본회의에서 투표로 결정할 것"이라고, 특정 정당에서 마음대로 선출하도록 놔두지 않고 '인물' 자체의 면면을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장단 선출은) 원칙과 상식의 수준에서 결정해야 된다"며 "국민의당도 3당이 됐기 때문에 부의장 한 석은 가져와야 맞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잊지 않았다.

    국회의장단 선출에 있어 '내용적 관여'를 하면서도, 특정 정당이 고집하는 인물이 마뜩치 않거나 다른 정당으로부터 더 좋은 카드가 제시될 경우에는 그쪽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해 미리부터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같은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도 출연해 국회의장단 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국회사무총장·국회도서관장 등 정무직 배분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새누리당이나 더민주가 거의 비슷비슷한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욕심 같아선 국민의당이 좀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최대한 많은 몫을 협상 과정에서 확보할 뜻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대가로 상임위원장 등 정무직을 추가 배분하는 협상 카드를 제시하는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 대해서는 "좋은 질문"이라며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당내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 볼 것"이라고 반색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추가 배분받거나, 산자위·농해수위 등 핵심 상임위를 확보하거나 하는 방식의 '좋은 협상안'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제시될 경우에는 충분히 협상의 문을 열어둘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주목된다.

  • ▲ 국회의장단 선출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친노~친박 배제 의사를 시사했기 때문에, 국회의장 후보군에서 상당수 인사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여야가 각각 내세울 것으로 유력시되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의장단 선출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친노~친박 배제 의사를 시사했기 때문에, 국회의장 후보군에서 상당수 인사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여야가 각각 내세울 것으로 유력시되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앞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도 17일 전주에서 열린 전북 지역 당선자 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이 원구성 협상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회부의장 한 자리를 우리가 하고, 상임위원장도 2.18인데 3~4개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회의장마저도 우리와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새누리당 쪽에서 수구보수적 생각을 하는 사람을 국회의장으로 앉히려 하면 우리가 동의 못하는 것이고, 더민주에서도 교조진보·원리주의진보적인 냄새 풍기는 사람은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비박(非朴)이나 비노(非盧)로 분류되는 온건파 인사를 국회의장단 후보로 제시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4·13 총선 과정에서 문병호 의원이 "이번 총선은 친노와 친박을 동시에 심판하는 선거"라고 규정하는 등 양당의 특정 계파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굳이 친박·친노 인사를 국회의장 후보로 고집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국민의당이 다른 당과의 협상을 통해 국회의장단 선출을 타결지을 것이기 때문에 무의미한 후보 인선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하마평에 오른 양당의 국회의장단 후보군 중 상당수가 배제될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에서는 서청원·정갑윤·심재철·원유철·정병국·이주영 의원이, 더민주에서는 이해찬·문희상·이석현·정세균·박병석·원혜영 의원이 국회의장단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이 중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의 좌장 역할을 맡으며 앞장서온 서청원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 카드로 내세우기 곤란하게 됐다. 심재철·원유철·정병국·이주영 의원은 본인 스스로가 국회의장보다 당권 등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 중 일부가 국회의장으로 선회하지 않는 이상 정갑윤 의원 정도가 '내세울 수 있는 카드'로 남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민주는 이해찬 의원이 설령 복당하더라도 국회의장 후보로는 내세울 수 없게 됐다. 원조 친노(親盧) 거물에 해당하는 인물이라 국민의당이 동의할 수 없는 인물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문희상 의원도 지난해 2·8 전당대회 직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친노 계파와 이들이 내세운 당대표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만 일방적으로 편들었다는 비판이 많아 국회의장 후보로 올라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혜영 의원 또한 친노로 분류된다.

    야권 관계자는 "정세균 대표는 국회의장보다는 당권이나 대권에 도전할 인물"이라며 "결국 이석현 의원을 내세워야 국민의당의 수월한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국회의장은 이석현 의원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